[컨슈머블로그] 처음부터 끝까지 밍밍…‘평양냉면’ 같은 한잔

입력 2016-08-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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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베네 아메리카노

중국 음식점에서 메뉴판을 뚫어지게 노려보다가도 결국 “짜장면 주세요”하게 되는 것처럼, 어쩐 일인지 커피 전문점에서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하면 나도 모르게 툭 튀어 나와 버리는 종목이 있다.

“아메리카노요.”

찐한 에스프레소에 더운 물을 부어 연하게 마시는 커피인 아메리카노는 어느덧 ‘다방커피’를 밀어내고 국민커피의 왕좌에 등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오늘 컨슈머블로그의 주인공은 아메리카노이다. 그 중에서도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 카페베네의 아메리카노. 일주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장을 방문해 아메리카노의 맛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는 호기롭게 치즈케이크 한 조각도 주문했다.

커피의 생명은 원두다. 우선 카페베네의 원두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카페베네는 브라질의 이파네마 농장과 직거래를 통해 최고 품질의 생두를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브라질 단일 커피농장으로는 최대 규모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이렇게 공수한 원두는 국내 프랜차이즈 최초로 미디엄 다크로스팅과 선 로스팅 후 블랜딩 공법으로 커피의 풍부한 맛을 최대한 살린다. 100% 뜨거운 바람으로만 로스팅을 하는 최신 열풍식 로스터를 도입했다. 고객에게 신선하고 균일한 품질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잠깐! 열풍식 로스터란 게 무엇인가. 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한 고효율 로스터이다. 로스터는 열을 가해 일정시간 동안 원두를 볶는 기계이다. 열풍식 로스터의 경우 복사열을 활용한 에어 로스팅 방식으로 대량의 원두를 균등하게 볶을 수 있다. 따라서 맛의 편차가 없는 에스프레소 추출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카페베네의 아메리카노를 마셔 본 소감을 한 단어로 줄여본다면 이런 느낌이다. 밍밍.

다른 브랜드의 아메리카노와는 확실히 다른 맛이다. 개인의 취향이 크게 갈릴 듯하다. 평양냉면 전문점의 육수 맛이랄까. “수돗물 맛이 난다”며 진저리를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냉면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이 “슴슴한 맛”이라며 격찬하는 그 오묘한 맛.

물론 아메리카노는 냉면이 아닌 만큼 ‘슴슴한 맛’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즐거움은 ‘첫 모금’에 집중되어 있지만 카페베네의 아메리카노는 이 점에서도 아쉬웠다. 모 업체의 지나치게 탄 냄새도 좋을 게 없지만 카페베네의 아메리카노는 향기조차 심심했다. 설마 100% 열풍이 원두의 맛과 향기까지 말려버린 것은 아니겠지. 이래서야 집에서 커피메이커로 걸러 먹는 커피와 별 다른 차이가 없지 않은가.

원두를 태운 냄새에 민감하거나 연한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카페베네의 아메리카노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 모르겠다. 좋게 표현하면 맛도 향기도 순수하다. 첫 모금의 느낌이 마지막 모금까지 참 한결같다. 균일하게 밍밍하다. 아참, 기본적으로 맛이 순한 커피라 얼음까지 넣어 아이스커피로 마시면 정말 ‘순하디 순한’ 커피가 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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