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의 여기는 PGA] 함께 즐기는 PGA투어의 진짜 프로암

입력 2016-09-02 09: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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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암 경기 중 18번홀 그린으로 이동하면서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조던 스피스(맨 왼쪽).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프로암 경기 중 18번홀 그린으로 이동하면서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조던 스피스(맨 왼쪽).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5시간 동안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
-어린아이들은 좋아하는 선수 따라다니며 사인 요청
-조던 스피스, 김시우 즐기며 18홀 내내 싱글벙글

“굿샷~ 나이스 이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치방크챔피언십(총상금 850만 달러)이 개막도 하기 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2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노턴의 TPC보스턴(파71)에서는 도이치방크챔피언십의 프로암 경기가 열렸다. 오전 일찍부터 클럽하우스 주변이 북적였다. 이날 프로암에는 모두 52개 팀이 라운드했다. 각 조마다 프로 1명과 아마추어 3명이 함께 했다.

프로암은 보통 대회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다.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PGA 투어의 프로암은 눈을 의심케 만드는 일로 가득했다.

국내의 프로암과 가장 큰 차이는 ‘개방’이다. 우선 갤러리의 입장이 허용된다. 오히려 공식 대회 때보다 훨씬 편안하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다. 갤러리들은 참가자들의 경기를 보며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등 공식 대회를 보는 듯 즐겼다.

국내의 프로암과 가장 큰 차이다. 국내에선 프로암을 외부에 오픈하지 않는다. 대개는 대회를 후원하는 타이틀 스폰서와 서브 스폰서에서 초청한 극소수가 참가한다. 기업의 오너나 유명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탓에 갤러리는 물론 언론의 취재도 허용되지 않는다. 단지 초대받은 사람들을 위한 잔치이며, 그들만을 위한 자리다. 그러다보니 일부 스폰서에는 대회보다 프로암에 더 많이 신경을 쓴다. 어떤 기업은 프로암을 하기 위해 골프대회를 주최한다고도 말한다.

PGA 투어에선 달랐다. 프로암은 모두의 축제다. 프로암 참가자 중에는 스폰서 초청자도 있지만, 일부는 후원금을 내고 참가하기도 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참가비가 1~2만 달러 정도에 육박한다고 한다. 후원금은 기부금으로 사용된다.

프로암 그 자체는 즐기려는 스타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오후 첫 번째 조에서 라운드를 시작한 조던 스피스는 참가자들의 스윙을 봐주기도 하고, 농담도 하는 등 시종일관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홀을 지날 때마다 그린 주변과 티잉 그라운드 앞에선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로 가득했지만, 한번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사진을 찍자고 해도 웃으며 ‘OK’다.
프로암 경기 중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을 바라보고 있는 김시우(오른쪽 두 번째).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프로암 경기 중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을 바라보고 있는 김시우(오른쪽 두 번째).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뒤 팀에서는 김시우(21·CJ대한통운)가 라운드했다. 2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 골퍼가 함께 했다. 비가 내린 탓에 이동할 때는 우산을 써야 했다. 김시우는 이동할 때마다 참가자들에게 우산을 씌워주기도 하고, 가끔은 큰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잭 존슨과 함께 했던 한 참가자의 공은 18홀(파5)에서 친 세 번째 샷이 그대로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 이글로 연결됐다. 프로보다 더 멋진 샷이 터지자 갤러리들은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더 크게 환호했다. 그린으로 올라온 아마추어 골퍼는 홀에서 꺼낸 공을 갤러리 스탠드로 던졌다. 갤러리들은 한바탕 웃었다.

프로암은 갤러리들이 스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날은 공식 대회가 아니기에 통제도 많지 않다. 조금 떠들어도 상관없다.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허용된다. 그래서인지 유독 어린이 팬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함께 어울리며 즐기는 PGA 투어의 프로암에서 진짜 프로암을 처음 봤다.

노턴(미 매사추세츠 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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