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행복한 아웃, 여자야구월드컵은 축제였다

입력 2016-09-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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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여자야구대표팀. 기장(부산)|김종원기자 won@donga.com

LG 후원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2016 여자야구월드컵이 열린 부산지역에는 2일부터 3일 새벽까지 폭우에 가까운 비가 쏟아졌다. 한국여자야구연맹 관계자들은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나 아침부터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3일 개막경기와 개막식이 열릴 무렵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야구하기 딱 좋은 날씨로 변했다. 야구의 신이 한국여자야구를 굽어 살피는 듯했다.

날씨가 괜찮아지자 예상 이상의 인파가 밀려들었다. 대표팀 한 선수는 “오늘만 이렇게 많이 오는 거죠?”라고 물었을 정도다. 거의 무관심 속에서만 뛰던 여자야구선수들은 꽉 들어찬 관중 앞에서 더욱 집중력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3일 파키스탄전 10-0, 6회 콜드게임승리로 첫 테이프를 상쾌하게 끊었다.

그러나 승부를 떠나 여자야구월드컵이라는 축제의 공감대를 선수들과 팬들은 공유하고 있었다. 한국의 상대였던 파키스탄 선수들은 1회 한국을 3자범퇴로 아웃시켰는데 아웃카운트를 1개 잡을 때마다 마치 우승팀처럼 선수들 전원이 펄쩍펄쩍 뛰며 얼싸안고 자축했다. 모두의 노력으로 1아웃을 시켰다는 그 순간의 성취감 자체에 팀원 전체가 너무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물론 2회부터 실점이 쏟아지며 대패를 했지만 선수들은 실망하거나 동료한테 불평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를 가득 메운 팬들도 파키스탄이 아웃을 잡으면 폭소가 섞인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줬다.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는 4면이 야구장이라 여자야구월드컵 조별 예선전을 동시에 치르는데 문제없는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져 흥행이 걱정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부산시민, 기장군민들이 축제 현장을 찾았다. 이런 관심 속에서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진지하게 최선을 다했다. ‘우리가 꼭 잘해야 여자야구를 향한 국민적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느껴졌다.

기장(부산)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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