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 강성훈, 대니 리 “웹닷컴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입력 2016-09-05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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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닷컴투어를 거쳐 PGA 투어 재입성의 공통점을 갖고 있는 강성훈(맨 왼쪽)과 대니리(가운데), 김시우가 도이치방크 챔피언십 개막을 앞두고 연습라운드 도중 웃으며 페어웨이를 걸어가고 있다.

“아무리 재미있었어도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김시우(21·CJ대한통운)와 강성훈(29), 뉴질랜드 동포 대니리(26·캘러웨이)에겐 공통점이 있다. 2부(웹닷컴) 투어의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다는 점이다. 강성훈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김시우는 2014년과 2015년, 대니리는 그보다 앞서 2011년과 2013년 웹닷컴투어에서 제대로 고생을 맛봤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노턴의 TPC보스턴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치방크챔피언십에 함께 출전한 김시우와 강성훈, 대니 리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던 중 잠시 옛 추억에 빠졌다.

주된 내용은 페덱스컵 순위와 세계랭킹. 매 대회, 그리고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순위가 요동치는 탓에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에는 잠시나마 경쟁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우연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됐다. 바로 성장의 발판이 됐던 웹닷컴투어의 추억이다. 세 명 모두 지옥 같았던 악몽의 시간을 이겨냈던 무용담과 우승 그리고 PGA 투어 카드를 받았을 때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김시우는 “2년 전 8경기 연속 컷 탈락했을 때만 해도 아찔했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막내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성훈은 “(김)시우는 작년 웹닷컴투어 우승 이후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추켜세웠다.

함께 고생했던 순간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기에 저녁식사는 더 즐거웠다. 그 순간 대니 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강성훈과 김시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웹닷컴투어는 PGA 투어 입성을 노리는 예비스타들의 무대다. 신인이나 시드를 잃은 선수들이 PGA로 올라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이제 막 프로로 전향한 유망주도 있지만, PGA 투어에서 몇 승을 거뒀다가 내려온 스타도 제법 많다. 만만하게 봤다가는 몇 년씩 웹닷컴투어에서 올라오지 못하는 쓴맛을 보기도 한다.

배고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선 상금이 PGA 투어의 10분의1 수준이다. 올해 상금랭킹 1위에 오른 웨슬리 브라이언의 상금은 고작 44만9392달러에 불과하다. PGA 투어 1위 제이슨 데이가 번 791만3362달러의 약 6% 수준에 불과하며, 순위로 따지면 159위 밖에 되지 않는다. 컷을 통과해도 하위권에 그치면 손에 쥐는 돈은 2000~3000달러에 불과하다. 1000~1500달러의 캐디피를 주고나면 남는 게 없다. 말 그대로 웹닷컴투어는 돈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의 무대인 셈이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더욱 어렵게 하는 건 현지에서의 생활이다. 먼 이동거리로 인해 체력소모가 많고,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먹을거리가 변변치 않아 4~5주 연속 경기를 치르고 나면 체중이 5~6kg씩 빠지는 일은 다반사다. 게다가 시즌 중반을 넘어가면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피를 말린다. 상금랭킹 25위까지 PGA 투어 카드를 주기에 매주 숨 막히는 순위 싸움이 펼쳐진다.

고생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진다. 김시우와 강성훈, 대니 리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더 바랄게 없다”면서 “그래도 웹닷컴투어를 뛰면서 실력을 많이 쌓았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강성훈과 대니 리, 김시우는 다음 시즌에도 PGA 투어에서 함께 뛴다.

노턴(미 매사추세츠 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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