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휴먼 다큐멘터리 ‘동행’이 2016년 하반기 개편을 맞아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동행’은 가난한 이웃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휴먼 다큐멘터리. 2007년 ‘현장르포 동행’으로 출발해 현재까지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과 사랑받는 프로그램이다. 질병이나 파산, 실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삶의 나락에 떨어졌지만,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 하나로 희망을 꿈꾸는 우리 이웃의 치열한 모습을 밀도 있게 담아내면서 삶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과 동시에 한국 사회 빈곤 문제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배우 박진희, KBS 휴먼 다큐 ‘동행’과 동행(同行)하다
휴먼 다큐멘터리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는다. 따라서 시청자들에게 주인공 삶의 모습을 전달하는 내레이터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동행’은 프로그램 개편의 일환으로 배우 박진희를 성우로 캐스팅했다.
그동안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전문성을 쌓으며 동시에 소외계층과 환경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온 박진희. 지난 2014년 결혼해 한 남자의 아내이자 이제 두 돌 된 아이의 엄마가 된 배우 박진희. 예전부터 연예계 천사표로 정평이 난 그녀지만 결혼 이후 우리 공동체의 희망인 가족과 미래 세대에 대한 생각과 애정은 남다르다.
특히 아이를 낳은 뒤에는 부쩍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깊어졌음을 느낀다. 이에 그녀가 우리 사회 빈곤 계층의 삶을 담아내는 휴먼 다큐멘터리의 정체성과 진정성을 더할 수 있는 성우로서 적임자라는 게 제작진의 판단이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박진희 또한 그동안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고.
● 더빙 중단 해프닝, 박진희를 울린 개편 첫 방송 주인공은 ‘리틀 부부’
오는 17일 개편 첫 방송 더빙에 나선 박진희. 그런데 첫회 녹음 중 약 10분 가량 더빙이 중단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내레이션을 하던 그녀가 주인공 사연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린 것. 잠시 녹음실을 나온 박진희는 한참동안 제작진들과 주인공들의 삶에서 느낀 벅찬 감동을 나눴다는 후문이다.
박진희를 울린 개편 첫 회 주인공은 인천에 살고 있는 스물 하나, 열 아홉 살 ‘리틀 부부’이다. 어린 시절 생명을 위협했던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박민제씨와 폭력보다 무서웠던 엄마의 방임을 못 견뎌 가출한 여승희 씨. 가출 청소년 쉼터에서 만나 누구보다 따뜻한 가족이 그리웠던 부부는 이른 나이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의 부모로 사는 길을 선택한다. 이제 갓 태어난 둘째와 18개월 된 첫째의 엄마 아빠인 이 어린 부부의 꿈은 아이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당당한 부모가 되는 것.
부부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서로를 깊이 아끼고 일용직과 부업을 하면서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가난과 질병의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특히 아내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더 줄 수 없음에 가슴 아파하는 남편. 깊은 밤 제작진에게 털어놓는 그의 절절한 고백은 방송의 절정을 이룬다. 프로그램은 리틀 부부의 삶을 통해 생명에 대한 사랑이 가난을 넘어설 수 있는지, 이 시대 한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부모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 동행(同行)은 동행(同幸)이다 … ‘무한도전’에는 없지만 ‘동행’에 있는 몇 가지
토요일 저녁 6시 15분부터 7시까지. KBS 1TV에서 방송되는 휴먼다큐 ‘동행’의 방송 시간대는 이른바 ‘황금 시간’이다. 한 마디로 동시간대를 장악하고 있는 타 채널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들이 ‘동행’의 경쟁상대인 셈. 하지만 꾸준하게 평균 시청률 4~5%를 기록하고 있는 ‘동행’에는 휴먼 다큐멘터리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 바로 창작된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우리 실제 삶의 드라마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큐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땀과 눈물, 웃음과 타인이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느낄 수 없는 큰 공감과 감동, 재미 그리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고 우리 공동체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휴먼다큐 ‘동행’. 인간의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