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주연 영화 ‘밀정’의 한 장면. 할리우드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가 투자 제작해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개봉 12일 만에 600만 훌쩍…‘VIP’ 등 차기작도 잇따라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이 한국영화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탄탄한 자본력과 과감한 시도, 한국영화 전문가를 흡수한 전략이 통한 결과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송강호 주연의 ‘밀정’(감독 김지운). 18일까지 누적 600만 관객을 기록했다. 7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추석 연휴인 14일부터 18일까지 약 350만명을 모았다.
‘밀정’은 할리우드의 대표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워너)가 제작한 첫 번째 한국영화다. ‘반지의 제왕’, ‘인터스텔라’로 유명한 워너는 지난해 한국영화에 직접 투자해 ‘밀정’을 완성했다.
680만 관객이 선택한 ‘곡성’ 역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이십세기폭스(폭스)가 제작한 영화다. 난해한 소재인데도 폭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그에 힘입어 나홍진 감독은 후반작업에만 1년을 쏟아 부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밀정’과 ‘곡성’의 제작비는 100억원대.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자본력에 힘입어 제작비 마련에는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성공의 배경이 물량공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토속적인 샤머니즘(‘곡성’), 일제강점기 독립운동(‘밀정’) 등 한국적인 개성을 지닌 작품에 주력한 것도 흥행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현지화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한국영화 투자 방침을 정한 이후 전담 제작팀을 꾸렸다. ‘변호인’,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1000만 흥행작을 기획, 제작한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밀정’의 송강호는 “제작자부터 스태프까지 한국영화 전문가들로 이뤄져 이질감은 없었다”며 “한국영화 현장의 느낌 그대로, 오히려 더 완벽히 준비된 상태에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한국영화가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잇따라 거둔 성과도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분주하게 한다. 폭스의 ‘곡성’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했고, ‘밀정’ 역시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이어 18일 폐막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돼 호평 받았다.
이들의 향후 라인업도 화려하다. 워너는 ‘밀정’에 이어 이병헌의 ‘싱글라이더’, 장동건의 ‘VIP’ 등을 내놓는다. 폭스 역시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대립군’ 등 10여편을 준비 중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