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는 ‘바베트의 만찬’, 소박한 맛은 ‘리틀 포레스트’

입력 2016-09-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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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리 앤 줄리아’.

■ 가을에 볼만한 음식영화

가을에 대한 많은 수식어 중 빠지지 않는 것은 먹거리가 풍성해지고 더불어 식욕도 왕성해지는 식도락의 시즌이라는 것이다. 식도락을 즐기는 데는 직접 음식을 마주하는 것도 있지만, 선선한 가을 밤, 음식과 삶을 테마로 삼은 영화로 ‘눈요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을에 볼만한 음식영화를 정리했다.


●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 1987 덴마크)

음식영화의 클래식 반열에 오른 작품. 특히 서양 요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프랑스 요리를 소재로 다룬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평생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죄악시하던 금욕적인 시골 마을사람들이 메추라기, 바다거북, 푸아그라, 송로버섯 등으로 만든 화려한 프랑스 만찬을 생전 처음 만났다. 결과는…? 헌신과 희생, 인생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 속에 하나 씩 등장하는 정찬 코스처럼 펼쳐진다. <팁!> 깊이 있는 주제와 해학도 있지만 이야기 호흡이 좀 길어 보는 사람에 따라 살짝 지루할 수 있다.


● 줄리 앤 줄리아(Julie & Julia, 2009 미국)

‘바베트의 만찬’과 함께 프랑스 요리영화를 다룬 수작.‘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유브 갓 메일’의 여성감독 노라 애프런이 메가폰을 잡았다.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 줄리아(메릴 스트립)와 그를 동경하던 요리 블로거 줄리(에이미 아담스). 영화는 다른 시대와 공간에 각자 요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불태우던 두 사람의 모습을 따스한 시선으로 번갈아 다룬다. <팁!> 다양한 요리가 등장하지만 그중 5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두 사람을 연결시키는 부르고뉴식 소고기 요리 뵈프 부르기뇽이 단연 인생의 요리.

영화 ‘담뽀뽀’.


담뽀뽀(タンポポ, 1986 일본)

먹방과 식도락 콘텐츠에 관한한 일본은 양과 질 모두 세계 정상급이다. 많은 음식영화 중 작품성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영화적 재미만 본다면 단연 최고는‘담뽀뽀’다. 손님이 없어 곧 망하기 직전인 작은 라면집에 찾아온 카우보이 보자를 쓴 트럭 운전수와 조수. 두 사람은 여주인의 딱한 상황을 보고 최고의 라면을 만들 수 있도록 소매를 걷고 나선다. 서부극을 변주한 이야기와 음식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속물근성과 집착을 코믹하게 다룬 에피소드가 날줄과 씨줄로 얽혀 있다. <팁!> 일본의 야쿠쇼 쇼지, ‘인셉션’의 와타나베 켄의 ‘리즈시절’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음식영화지만 노출장면과 폭력이 좀 있어 가족용으로는 부적절.

영화 ‘식신’.



● 식신(食神: God Of Cookery, 1996 홍콩)

미디어를 통해 스타가 된 ‘쇼셰프’와 레스토랑·음식 비즈니스에 대한 주성치식 풍자. ‘소림축구’ ‘쿵후허슬’ 등 무협물의 전통을 다양한 장르와 이종교배시켜 재미를 본 주성치 답게 요리영화에 화려한 액션을 넉넉히 섞었다. 잘 나가던 인기 셰프가 제자의 배신으로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뒤, 각성하고 다시 일어서 복수한다는 전형적인 플롯. 음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맛에 대한 탐구보다 매스컴의 노출과 마케팅 전략이 성공의 잣대가 되는 현실을 조소하는 주성치의 시각은 꽤 날이 서 있다. <팁!>믿고 보는 주성치-오맹달 콤비의 슬랩스틱도 재미있지만,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막문위의 망가지는 연기도 볼만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 리틀 포레스트1,2 (Little Forest 2014, 2015)

영화 팬 사이에 ‘삼시세끼’오리지널이란 평가를 들은 작품. 동명 만화를 스크린에 담았다. 실연 후 고향으로 돌아온 젊은 여성이 자신이 직접 재배한 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과정을 담았다. 1편은 여름과 가을, 2편은 겨울과 봄을 담고 있다. 특별한 반전이나 복선도 없고 등장하는 음식도 화려함과는 담을 쌓은 평범한 빵이나 잼, 감주 등. 하지만 ‘살기위해 먹고, 먹기 위해 스스로 만든다’는 테마는 음식이 과시와 욕망의 대상이 된 요즘 세태에 조용하지만 진한 울림을 준다. <팁!> 이야기 구조는 단순해도 아기자기한 익살이 구석구석 있다. ‘악마의 잼’이라 불리는 누텔라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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