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감독 김태형, 리더십으로 명장 오를까

입력 2016-09-23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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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kt위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9-2 승리를 거두며 두산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후 김태형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kt위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9-2 승리를 거두며 두산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후 김태형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올 시즌 두산을 우승 반열에 올려놓은 김태형(49) 감독은 이제 사령탑 경력 2년차에 불과한 초보 감독이다. 그러나 그가 지난 2년간 보여준 지도력과 그라운드에서 이뤄낸 성적은 초보라는 의심을 살 만큼 안정되고도 화려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제패에 이어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쥔 두산 감독 김태형의 리더십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현역 시절 김태형.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현역 시절 김태형.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현역시절부터 소문난 선수단 장악력

1990년 OB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신예포수 김태형은 성적이 그리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통산 기록은 827경기 타율 0.235·9홈런·157타점·163득점. 한 시즌 3할 타율을 넘긴 해(2001년)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3타수 1안타로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수 김태형은 덕아웃 장악력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프로 9년차였던 1998년부터 3년간 주장 자리를 맡을 정도로 리더십 하나는 인정받는 선수였다. 당시 사령탑이던 김인식 감독도 그를 두고 “선수들을 이끄는 능력은 탁월했다”고 표현했다.

현역시절 외국인타자 타이론 우즈를 상대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통상 경기 수훈시상에서 받은 상금은 선수단 전체가 함께 쓰는 것이 관례. 그러나 우즈는 이를 무시한 채 선수단 분위기를 해치려 들었다. 팀 내 비중이 누구보다 큰 중심타자의 행동을 그냥 넘길 수도 있었지만 주장 김태형은 이를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우즈를 불러 경고를 한 뒤 순서를 바로잡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한 팀의 수장이 돼서도 카리스마는 그대로였다. 감독 김태형은 지난해 경기 도중 1루까지 불성실하게 걸어가던 김재호를 불러 덕아웃에서 호되게 나무랐다. TV 중계 카메라에 담긴 김 감독의 표정은 단호했다. 경기 분위기를 망칠 수 있는 행동은 엄정하게 다루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두산 코치 시절 김태형.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코치 시절 김태형.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선수~코치~감독으로 쌓은 우승 경험

선수와 코치, 감독에 이르기까지 두산에서 24년을 뛴 ‘베어스맨’ 김태형. 몸담았던 시간 동안 세 차례 정상을 맛본 경험도 그에겐 약이 됐다. 특히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모두 차지한 점은 그의 든든한 밑거름이다.

1995년엔 안방마님으로 93게임을 지키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을 맛봤다. 롯데와 7차전에서 마지막 투수 권명철과 포옹을 나눴던 포수가 바로 그였다. 2001년엔 플레잉코치라는 이름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함께 했다. 홍성흔이라는 신예포수의 등장 속에 안방 자리를 내줘야했던 김태형. 선수로는 단 6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코치수업을 겸하며 생애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지난해 감독으로서 이룬 한국시리즈 제패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3위로 출발하는 핸디캡을 안고도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뒤 삼성을 누르고 감독 첫해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투타 전력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감독 김태형은 승부처마다 냉철한 판단력으로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두산의 팀 컬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감독 김태형은 시즌 운영을 계획하는 데에도 거침이 없었다. 주전선수들의 휴식이 부족해 시즌 막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위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페넌트레이스 내내 선수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며 뚝심을 유지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 ‘명장 반열’ 향한 기틀은 마련됐다

아직 감독 김태형을 ‘명장’으로 부르기엔 이른 감이 있다. 이제 감독으로서 겨우 두 발짝을 내딛은 상황이다. 그러나 명장으로 가는 기틀은 이미 마련됐다. 두산은 올 시즌 도중 그와 3년 재계약을 성사시키며 김태형 장기체제를 예고했다.

물론 남은 과제도 있다. 자칫 방심으로 흐를 수 있는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내야한다. 올 시즌 종료 후 풀리는 FA(프리에이전트) 선수들도 걱정거리다. 올해 김현수(미네소타)의 공백을 완벽하게 매웠지만, 김재호와 이현승 등 주력선수들이 모두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 해결이 쉽지만은 않다.

두산은 원년부터 유독 김(金)씨 감독들과 연이 닿았다. 원년 통합우승을 이뤄낸 김영덕 감독을 시작으로 김인식~김경문~김진욱 등 좋은 성적을 냈던 감독들은 모두 같은 성을 공유했다. 이제는 김태형 감독 차례다. 선배 사령탑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두산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은 그의 손에 달렸다.


● 두산 김태형 감독=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나는 복이 많은 감독이다. 훌륭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그리고 팬 여러분들 덕분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남은 한국시리즈 마무리를 잘 해서 꼭 2연패로 팬들께 보답하겠다.


김태형 감독


▲1967년 9월 12일 출생
▲신일고∼단국대

▲프로경력=OB·두산
(1990∼2001년)
▲지도자경력=두산 배터리코치(2002∼2011년)∼SK 배터리코치
(2011∼2014년)∼두산 감독(2015년∼)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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