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윤봉우(가운데)는 한국남자배구를 대표하는 센터다. 그의 후배이자 한국전력 주장인 강민웅은 “(윤)봉우 형은 배구선수의 표본”이라며 극찬했다. 청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배구에서 센터의 역할은 크게 속공과 블로킹으로 나뉜다. 특히 상대 공격을 차단해 흐름을 가져오는 블로킹은 배구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블로킹 부문에서 7개 팀 중 6위(세트당 2.214)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윤봉우의 블로킹 능력을 눈여겨봤다. 윤봉우는 지난 시즌 플레잉코치 역할을 맡았지만,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터였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현대캐피탈과 계약한 뒤 우상조와 1대1 맞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 배경이다. 구단과 선수가 서로 원했던 결과였다. 신 감독은 “(윤)봉우가 큰 부상 없이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주전으로 뛸 것”이라며 믿음을 심어줬다.
윤봉우는 23일부터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진행 중인 2016 청주-KOVO컵 배구대회 조별리그 2경기에서 13득점을 기록했다. 68.42%(19시도 13성공)의 높은 공격성공률과 5개의 유효블로킹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표정도 어느 때보다 밝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
올 시즌 한국전력의 주장으로 선임된 세터 강민웅(31)에게도 윤봉우는 든든한 존재다. 강민웅은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을 거쳐 2014~2015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에 합류했다. 재능을 갖췄지만 승부처에서 자주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명세터 출신인 신 감독은 강민웅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윤봉우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앞세워 강민웅의 기를 살려주고 있다.
강민웅은 “봉우 형은 배구선수의 표본이다”며 “지금 몸 상태가 최고다. 회춘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내가 봉우 형에게 많이 기댄다”며 “많은 조언을 해주는데, 특히 주장과 세터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다. 동료들에게 의지가 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신 감독도 “윤봉우의 합류에 따른 효과가 크다”며 “모범적이고, 성실한 선수다. 또 ‘왜 안 되는가’를 꾸준히 연구한다. 정말 즐겁게 배구하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윤봉우의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선수생활을 몇 년이나 더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힘이 남아있을 때 공 하나라도 더 때려야 한다. 흐지부지하게 선수생활을 할 바에야 (한국전력에) 오지 않는 게 나았을 것이다”며 각오를 다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