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른 이와이 월드로 돌아온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립반윙클의 신부’는 SNS ‘플래닛’이 자신의 전부인 ‘나나미’가 ‘립반윙클’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정체 모를 인물과 친구가 되면서 진짜 세상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랜선 무비. 이와이 슌지 감독이 ‘립반윙클의 신부’ 한국 개봉을 기념해 내한, 한국 팬들과 뜨거운 만남을 가졌다.
먼저 이와이 슌지 감독은 28일(수) 저녁 6시 30분 건국대 국제회의실에서 영화 개봉과 함께 ‘립반윙클의 신부’ 동명의 원작소설 국내 출간을 기념하는 ‘감성 북토크’에 참석, 한국 팬들에게 뜻 깊은 소감을 전했다. “소설의 이야기를 정리한다면”이라는 북토크 진행을 맡은 맥스무비 박혜은 편집장의 질문에 이와이 슌지 감독은 “현대를 살고 있는 마음 약하고 소심한 젊은 여성이 여러가지 일을 당하면서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나미’라는 캐릭터에 대한 질문에는 “나의 세대에는 실패를 하면 안되고 정해진 길을 가야 하는 세대였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심한 인생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야기 속 ‘나나미’는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극복하거나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소설 속 ‘나나미’의 엔딩이 감독으로서 가장 마음에 든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여자 주인공의 성장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와이 슌지는 “내가 남자라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여자 캐릭터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데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면 아무래도 내가 투영되는 것 같아 부끄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또한 [립 밴 윙클]과 [울어버린 빨간 도깨비]는 모두 동화라고 할 수 있는데 특별히 의도가 있냐는 질문에 이와이 슌지는 “취향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이기도 하다. ‘아무로’는 애니메이션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는데 이 뜻은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확인해달라.”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함께 자리한 뮤지션 오지은은 “이야기에 휘말리지 않던 ‘아무로’가 ‘마시로’의 어머니를 만나 엄청나게 운다. 그가 그렇게 운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라고 질문해 열기를 더했다. 이에 이와이 슌지는 “처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장면이다. 그런데 ‘아무로’라는 캐릭터의 인생을 생각해봤을 때 힘든 인생을 살아온 ‘아무로’의 인생에서 어쩌면 자신도 오열할만한 사건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사연을 일부러 보여주지 않아 이 장면이 이면적인 면으로 남겨두는 것에 대해 아야노 고 역시 적극적으로 동의했었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와이 슌지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술을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전달하고 싶어도 읽는 사람이 그것에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이야기 같은 경우에는 숙취에 시달리는 것 같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번에 진행된 북토크는 ‘소설가 이와이 슌지’를 만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으로 진행되는 내내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되며 실시간 검색어 8위를 기록 하는 등 뜨거운 열기 속에 마무리 되었다.
다음날 29일(목) CGV 압구정에서는 네이버 V앱을 통해 내한 인터뷰를 시작으로 관객들과 소통을 이어간 이와이 슌지 감독은 “감독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두 번보고 세 번 볼게요”, “감독님 작품의 영상미가 너무 좋아요!” 등의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국내 팬들을 위해 다정다감한 어투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으며 또한 “영화를 본 후 감독님께 트위터로 dash 해야지”라는 실시간 댓글에 “트위터로 영화에 대해 질문해주시면 언제든 답변하겠다”고 전해 여전히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 하는 거장임을 증명했다.
이어 마지막 공식 행사인 시네마톡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임수정이 이와이 슌지 감독과 참석, ‘립반윙클의 신부’ 스페셜 에디션을 관람한 관객들과 함께해 더욱 의미를 더했다. ‘립반윙클의 신부’ 시네마톡에 참석한 임수정은 “우리 시대가 요즘 겪고 있는 소통의 현실, 현재의 모습 이런 것들이 영화 내에서는 담담하게 그려지는 것이 좋았고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과연 그녀가 겪는 예기치 않은 전개에 대한 흥미로움에 몰입해서 봤다.”라며 밝히며 대단한 만족감을 전했다.
이어 장성란 기자의 진행을 통해 ‘립반윙클의 신부’에 대한 본격적인 토크가 시작되었다. 먼저 SNS를 주제로 그려낸 이유에 대해 이와이 슌지 감독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인터넷이 나오지만 그때는 인터넷 게시판만을 이용했던 세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SNS를 통해 주문하면 택시가 달려오고, 물건도 오고, 사람도 부를 수 있다. 실제로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SNS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어지는 그런 시대가 왔다. 나는 이런 현재의 세상을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함께 자리한 배우 임수정에 대해 이와이 슌지 감독은 “임수정씨는 ‘나는 여배우야’ 이런 점이 많이 없다. 간혹 여배우 중에 ‘나는 여배우야’ 이렇게 행동하거나 그런 점을 보이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너무 눈에 띄는 분은 여왕 역은 해도 일반적인 역할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여배우를 볼 때 이런 점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임수정씨는 인공적이지 않은 절묘한 배우라고 생각하고 그런 점은 천부적인 재능이라고 생각한다.”며 배우 임수정에 대한 찬사를 전했다.
이어 임수정 역시 이와이 슌지 감독에 대해 “영상미가 너무 찬란하고 아름답다. 한 장면, 장면이 가슴에 콕콕 박힐 정도로 아련한데 이토록 아름다워서 슬프기도 한 감정들을 그냥 무덤덤하게,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아내시는 것 같다. 또 사랑스러운 부분들도 많고 인물들 저마다 귀엽고 독특한 부분이 있어서 동화 속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배우로서 영화 속 배우의 연기를 잘 이 끌어 내주시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을 참 좋아한다.”라며 한 명의 영화 팬으로서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이후 ‘립반윙클의 신부’과 관련된 다채로운 토크가 열띤 호응 속에서 이어졌는데 ‘나나미’라는 캐릭터에 대해 임수정은 “답답한 면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졌다. 어떤 만남에서 사람을 믿고 그런 것 때문에 예기치 않은 상황에 빠져드는데 아이처럼 울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꿋꿋하게 오늘을 사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사랑스러웠다.”며 개인적인 소감을 드러냈다. 또한 영화 속 결말에 대해 이와이 슌지 감독은 “편집을 하고 음악을 넣고, 엔딩 크레딧까지 넣으면서 진짜 좋은데 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장면을 구상할 때 ‘나나미’가 반지를 뺀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촬영하려고 하니 뭔가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태양의 위치를 보니 조금만 기다리면 손 쪽에 자연스럽게 태양빛이 비춰질 것 같았다. 그래서 원하던 엔딩 장면이 가능했었다.”라고 답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마지막 인사로 “한국 관객분들에게 ‘꼭 봐달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여기에 계신 분들은 이미 보신 분들이라서 몇 번이라도 봐 달라고 말하고 싶다. 일본에는 15번 본 분도 있는데 한국에서 그 기록을 깨 달라.”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임수정 역시 “이와이 슌지 감독님의 실사 영화를 오랜만에 만날 수 있고 이렇게 대화도 나누는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 드린다. ‘립반윙클의 신부’가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좋은 입소문 부탁 드린다.”라고 전하며 현장은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 되었다.
CGV 아트하우스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가을 극장가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의 새로운 뮤즈 쿠로키 하루를 비롯 아야노 고, 코코(Cocco)의 마음을 움직이는 열연과 일본의 사계가 담긴 아름다운 볼거리가 더해져 전 세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흥행 중이다. 절찬 상영중.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