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전을 지배하는 유격수 시리즈

입력 2016-10-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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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은 ‘유격수 시리즈’였다. LG 오지환(왼쪽)은 2개, 김선빈은 1개의 실책을 각각 저질렀다. 특히 오지환은 4회 안치홍의 땅볼 타구를 놓치며 결승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진욱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10일 KIA-LG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어떤 팀이 이기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어떤 팀이 지지 않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이 포진돼 있는 만큼 실책으로 승부가 판가름 난다는 얘기였다.

김 위원의 예상은 적중했다.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1차전은 유격수들의 실책으로 인해 요동쳤다. 그 서막은 LG 오지환이 열었다. 오지환은 1회부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2사 후 김주찬의 평범한 땅볼을 더듬으며 출루시켰다. LG 선발 데이비드 허프가 다음 타자 나지완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하지 않았지만 단기전에서 첫 번째 실책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그는 3회에도 김선빈의 타구를 너무 세게 송구했다. 1루수 정성훈이 잘 처리했지만 긴장감으로 인해 경직돼 있다는 게 드러났다. 결국 4회 사달이 났다. 오지환은 4회 2사 2·3루서 안치홍의 타구 때, 판단 미스로 잡는데 실패했다. 이 실책으로 LG는 안줘도 될 2점을 내줬고,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KIA는 상대실책을 틈타 기세를 몰아갔다. 6회 1점, 8회 1점을 더 뽑아내며 승기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KIA에서 실수가 나왔다. 8회 무사 2루서 대타 이병규가 친 타구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공이 높게 뜨긴 했지만 내야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런데 열심히 타구를 따라가던 유격수 김선빈이 이를 놓치고 말았다. 평소 ‘뜬공 트라우마’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실책으로 인해 1사 2루가 될 게 무사 1·2루의 위기로 돌변했다. 여기서 유강남의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LG의 추격이 시작됐다.

이날 경기에서 처음으로 타오른 LG 추격의 불씨는 다시 한 번 유격수(?)의 손에서 허무하게 꺼졌다.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KIA의 바뀐 투수 고효준은 폭투를 범했다. 3루주자 황목치승은 여유롭게 홈인. 문제는 1루에 있던 유강남이었다. 왕년 LG 유격수 출신 유지현 주루코치는 2루에서 이미 속도를 줄인 유강남을 향해 뛰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발이 느린 유강남은 3루에서 태그아웃됐다. 흐름이 끊긴 LG는 추가점을 내지 못한 채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지난해 열린 SK와 넥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도 SK 유격수 김성현의 결정적 실책 하나로 승패가 갈렸다. 가을야구의 포문을 연 첫 번째 경기는 2년 연속 유격수의, 유격수에 의한, 유격수로 인한 실책 시리즈가 되고 말았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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