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장면에서 희비가 갈렸다.’ LG가 추격전을 벌이던 8회 무사 1·3루에서 KIA 투수 고효준의 폭투가 나왔다. 이때 LG 1루주자 유강남(가운데)이 3루까지 뛰다가 KIA 3루수 이범호의 태그에 걸려 아웃되고 있다. 2점차까지 추격하던 LG는 기본을 망각하며 흐름을 잃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LG 오지환.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LG, 오지환 1회 실책부터 흐름 잃었다
LG 좌완 에이스 허프는 기대에 걸맞은 피칭을 보여줬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구위가 정규시즌에서 좋았을 때와 비교해 손색없었다. 반면 KIA 우완 에이스 헥터는 오히려 내용 면에서 정규시즌보다 더 강력한 피칭이었다. 헥터는 원래 슬슬 던지다 고비에서 힘을 주며 이닝을 길게 끌어주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LG와의 WC 1차전에서는 시작부터 파워로 타자를 압도하는 전력투구를 펼쳤다. 이에 대해 LG 타선은 헥터를 공략하지 못했는데 정규시즌 막판의 안 좋았던 타선 흐름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원하던 흐름이 오지 않으면서 LG 선수들이 더 부담감을 느낀 것 같다. WC 1차전 라인업을 보고, KIA는 포수 한승택, 외야수 노수광과 김호령의 경험 부족을 걱정했는데 오히려 LG가 더 흔들렸다. LG는 1회 2사 후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 실책이 팀 전체에 안 좋은 분위기를 안겼다. 야수 전체에 실책 공포증을 전염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오지환이 4회 2사 2·3루에서 나온 땅볼타구 때, 또 2실점의 빌미가 되는 수비 실수를 범했다.
KIA 브렛 필(오른쪽).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LG와 KIA가 WC 1차전을 대처하는 자세가 달랐던 이유
KIA는 2번타자에 브렛 필을 배치했다. KIA 타자들이 허프에 대체로 약세였는데 필이 정규시즌에서 허프 상대로 강했던(6타수 2안타)것을 고려한 김기태 감독의 승부수로 볼 수 있다. 5위인 KIA는 지면 바로 탈락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첫판부터 모두 다해야 할 상황 속에서 이런 이례적 타순 배치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4회와 6회 KIA의 득점은 필의 방망이에서 시작됐다. 반면 LG는 젊은 선수들 위주의 정석 라인업을 짰다. LG 양상문 감독이 가을야구를 길게 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LG는 만약 WC를 통과하면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다만 아쉬웠던 지점은 LG의 8회말 유강남의 주루사였다. 1-4로 추격 와중에 무사 1·3루에서 KIA 바뀐 투수 고효준의 폭투가 나왔다. 이때 3루주자의 득점이 이뤄졌지만 1루주자 유강남이 3루까지 달리다 아웃됐다. LG 유지현 3루코치가 뛰라는 ‘사인’을 보낸 것 같은데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할 주루사였다. 여기서 또 하나 아쉬움이 남는 점은 LG 벤치가 1루주자를 대주자로 교체하지 않은 데 있다. 벤치에 포수 정상호가 있음을 고려할 때, 빠른 주자로 바꾸었으면 폭투 때, 3루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이제 KIA와 LG 모두 지면 탈락인 상황에서 WC 최후의 2차전을 11일 맞는다. 분위기 면에서 KIA의 우세가 점쳐진다. LG는 WC 1차전보다 더 큰 부담을 안고 나설 것이다. 1차전의 내용을 봤을 때, LG가 잃은 것이 너무 많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