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처음 LPGA 투어를 경험한 조정민이 티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KLPGA
시간다, 연장끝에 KEB하나은행챔피언십 우승
“큰 목표보다 새로운 무대,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여자골퍼들에게 최고의 무대다. 각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스타들이 모인 LPGA 투어에서의 성공은 곧 1인자를 뜻한다.
16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에서 열린 KEB하나은행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우승상금 30만 달러)은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 투어이자 한국여자골퍼들에게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 되어 왔다. 안시현(32·2003년), 이지영(31·2005년), 홍진주(33·2006년), 백규정(21·2014년)이 이 대회 우승을 통해 LPGA 직행에 성공했다.
2016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승을 챙긴 조정민(22·문영그룹)과 BC카드레이디스오픈 우승자 오지현(20·KB금융그룹) 그리고 추천을 받아 출전 기회를 잡은 박채윤(22·호반건설)은 이번 대회에서 LPGA투어를 처음 경험했다. 신데렐라의 꿈을 안고 나선 첫 번째 LPGA 도전은 결과 보다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조정민은 올해 KLPGA 투어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3월 베트남에서 열린 달랏 앳 1200레이디스 챔피언십과 7월 카이도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KLPGA 투어의 강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첫날 4언더파를 치며 상위권에 올랐다. 아쉽게 나머지 3라운드에서 오히려 1타를 잃으며 공동 18위(3언더파 285타)로 대회를 마쳤지만, 더 큰 교훈을 얻었다.
조정민은 “첫 LPGA 출전이라 목표를 크게 잡지는 않았다. 배우려는 마음으로 경기했다”면서 “LPGA의 선수들도 우리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수라면 모두 잘 쳐야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 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경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새로운 경험에 만족해했다.
최종일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유소연(27·하나금융)과 함께 경기를 펼친 오지현(공동 29위)도 첫 LPGA 경험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는 “처음 출전하는 LPGA 투어여서 그런지 설레고 긴장이 됐다”면서 “(코스 세팅 면에서는) KLPGA 투어도 어렵게 경기해서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운영 면에서 모든 부분이 선수들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 새로운 느낌이었고 즐거웠다”며 의미를 뒀다.
아마추어 1인자로 내년 프로 전향을 앞둔 성은정(공동 18위)에게도 이번 대회는 특별했다. 호주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어 세 번째 LPGA 투어에 출전한 성은정은 “경기를 할수록 동기부여가 된다”며 꿈을 향해 한발 더 전진했다.
우승트로피는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에게 돌아갔다.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쳐 한국계 미국인 엘리슨 리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2012년 데뷔한 시간다는 4년 만에 첫 승에 성공했다. 앞서 2014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과 올해 6월 마이어클래식에서 연장까지 갔다가 모두 패했던 시간다는 개인 통산 세 번째 연장전 끝에 기다렸던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한국계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엘리슨 리는 3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아 쉽게 우승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날 3오버파 75타를 치는 바람에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한편 국내 골프팬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전인지(22·하이트진로)와 박성현(23·넵스)은 나란히 4언더파 284타를 적어내며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인천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