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끝내준 NC 용덕한, 깨어난 ‘가을 사나이’

입력 2016-10-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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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열렸다.9회말 1사 만루에서 NC 용덕한이 끝내기 안타를 치고난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포스트시즌에선 예상치 못한 선수들의 깜짝 활약이 돋보이곤 한다. 그게 바로 가을야구의 묘미다. ‘가을 사나이’의 탄생은 언제나 팬들을 짜릿하게 만들곤 한다.

LG와 NC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열린 21일 마산구장, NC는 선발 에릭 해커의 7이닝 2실점 호투에도 불구하고 타선 불발로 9회초까지 0-2로 뒤지고 있었다. 해커는 단 3개의 안타를 허용했지만, 2개가 솔로홈런이었다. 2주 가까이 휴식을 취한 타선은 결정적인 찬스 때마다 침묵했다.

용덕한은 벤치멤버다. 주전 김태군의 뒤를 받치는 백업포수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8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김태군이 볼넷 출루를 하자 대주자 김준완으로 교체됐고, 용덕한이 9회초 수비부터 투입됐다.

사실 용덕한은 가을야구의 좋은 기억을 가진 선수다. ‘가을 DNA’가 있다. 두산 소속이었던 2010년 롯데와의 준PO 5경기서 타율 0.667(9타수 6안타) 4타점으로 소위 ‘미친 선수’가 됐다. 무엇보다 4차전과 5차전에서 7타수 6안타에 연속 결승타를 쳤다.

그때도 용덕한은 양의지의 뒤를 잇는 2번째 포수였다. 당시 정규시즌 1할대 타자(0.136·44타수 6안타)였던 그는 수비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것도 모자라, 타석에서 활약으로 ‘깜짝 스타’가 됐다.

이후 롯데가 트레이드로 용덕한을 영입할 때에도 이러한 가을의 기억이 크게 작용했다. 용덕한은 2012년 준PO에선 롯데 소속으로 친정 두산에 비수를 꽂았다. 2차전에서 1-1 동점이던 9회초 결승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가을에 강했던 그가 다시 한 번 일을 냈다. 0-2로 뒤지던 NC는 9회초 박민우~권희동~지석훈의 연속 안타로 1점을 따라 붙었고, 1사 후 대타 이호준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LG 벤치는 손시헌을 고의4구로 내보내고 더 이상 교체 포수가 없던 NC의 용덕한과 상대했다.

용덕한은 2구째에 스퀴즈번트를 시도했으나, 파울이 되면서 끝내기 찬스를 날렸다. 그러나 그에겐 ‘가을 DNA’가 흘렀다. LG 김지용의 3구째 직구를 잡아당겨 좌익선상으로 보냈다. 3루수 루이스 히메네스 옆을 비켜간 공은 그대로 끝내기 안타가 됐다. 역대 PO 9번째, 통산 25번째 끝내기안타였다.

경기 후 용덕한은 “처음엔 나도 파울인 줄 알았다. 페어라고 하니까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먼저 나간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프로 13년간 끝내기가 한 번도 없었는데 구단의 포스트시즌 첫 끝내기라고 하니 기분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끝내기 상황에 대해선 “상대가 그 상황에서 앞 타자를 거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약하니까”라며 “내가 잘해서 이겼다기보다 다른 선수들이 잘해줘서 내게 좋은 기회가 왔고, 좋은 기운이 와서 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을 사나이’라는 좋은 이미지 역시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게 기분 좋은 말이지만, 시즌 때 잘하는 선수가 돼야 좋은 선수다. 가을에만 해서 팀에 미안하다. 그래도 큰 경기에서 잘해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마산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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