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채령 역을 연기한 진기주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극 초반 이지은과 짝을 이뤄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비록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이 작품은 전작들보다 제 캐릭터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만큼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채령 역에 확실히 젖어 있었고 많이 아꼈죠. 제가 아끼는 만큼 작품이 정말 잘되길 바랐어요.”
구김살 없는 눈웃음과 고려 시대에 홀로 떨어진 해수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던 채령은 진기주가 쏟은 애정만큼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연 캐릭터임에도 시청자들에게 ‘해수보다 눈에 띄는 시녀’, ‘프로 몸종’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

“채령이에게 그런 관심이 쏟아지는 게 절대 싫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죠. 특히 (이)지은이는 저와 오랫동안 같이 작업한 사이였으니까요. 마치 정말 친한 절친이 비교당한 느낌이랄까요?”
그의 말대로 진기주와 이지은은 ‘달의 연인’ 초반 마치 원 플러스 원(1+1)처럼 꼭 붙어 다녔다. 그가 처음 만난 이지은 혹은 아이유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 가수니까 같이 연기를 한다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첫 대본 리딩을 마치고 회식을 할 때 이지은으로 불러야 하나 아이유라고 불러야 하나 그걸 고민하고 있었어요.(웃음) 그리고 연기를 할 때 보니 역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노련하더라고요. 많은 경험이 연기에 묻어나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이야기의 무대가 황궁으로 옮겨가자 진기주의 등장 빈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황제 자리를 두고 벌어진 싸움으로 초점이 옮겨가자 채령 캐릭터가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제 캐릭터를 더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 처음 시작부터 다른 캐릭터들이 많아서 여길 비집고 들어가길 힘들겠다는 각오를 해놓긴 했었어요.”
이런 각오를 단단히 한 진기주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는 있었던 모양이다. ‘달의 연인’ 시청률 이야기를 물어보자 그는 곧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시청률이 잘 나온 건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겠죠. 경쟁작이었던 ‘구르미 그린 달빛’ 시청률이 두 배로 뛰었을 때가 저희 ‘달의 연인’ 첫 방송이었거든요. 그 때는 정말 놀랐어요. 전 제가 잘못 본 줄 알았다니까요?”
지나간 일에 ‘만약’이란 없다. ‘달의 연인’이 ‘구르미 그린 달빛’보다 몇 주만 먼저 방송했다면, 진기주 스스로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소용이 없다. 그저 차분하게 ‘다음의 기회’를 준비할 뿐.
“다음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한 사람에게 듬뿍 사랑을 받는 역도 해보고 싶고 전문직 캐릭터도 연기해 보고 싶어요. 이제 겨우 ‘배우라는 직업과 연기라는 일이 내 일이다’라는 자각이 생겼어요. 그래도 아직 배우로서 안착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연기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의 시간과 관객들의 돈이 아깝지 않는 연기를 보여드리는 배우가 될게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