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키친·푸드 트럭…특급호텔, 강남 따라잡기

입력 2016-11-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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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부터)오픈 키친과 바 테이블석이 중앙에 자리 잡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스테이크 하우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신규 부티크 레스토랑 중 꼬치전문 이자카야를 표방한 ‘텐카이’의 메뉴. 패션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로 눈길을 끈 JW메리어트 동대문의 푸드트럭 ‘왓 더 트럭’

편하다. 딱딱하고 격식을 갖춰야 하는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다. 가깝다. 셰프가 나를 위해 조리하는 모습을 코앞에 두고 지켜볼 수 있다. 아담하다. 드넓은 공간에 자리한 막막한 느낌이 아닌, 입맛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오붓함이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최근 오픈 한 4개의 부티크 레스토랑은 위치나 규모가 특이하다. 호텔 내부에 레스토랑이 흩어져 있던 기존 배치와 달리 한 공간에 모아‘322 소월로’라고 작은 골목길 같은 섹션을 만들었다.

좌석도 30석에서 많아야 70석. 거대하고 화려한‘중후장대’형 레스토랑이 특급호텔의 상징이라 여기는 통념과는 다르다. 레스토랑을 프렌치, 이탈리안, 중식, 일식 등 장르로 나누지 않았다. 스시전문 ‘카우리’, 꼬치전문 ‘텐카이’, 스테이크 전문 ‘스테이크 하우스’, 철판전문 ‘테판’ 등 조리방식으로 특화시키고 전 업장에 오픈 키친을 도입했다.

이곳의 명당은 구석 으슥한 공간이나 별실이 아니다. 셰프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바 카운터의 경쟁이 제일 치열하다.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 절박감이다. 최근 특급호텔의 식음료(F&B) 분야는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 서울의 특급호텔 중 레스토랑에서 영업적자를 보거나 매출감소를 겪은 곳이 적지 않다. 급격히 바뀌는 외식트렌드 때문이다. 요즘은 보여주기 위한 화려함보다 남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이 만족하는 것을 찾는‘가치소비’를 더 중시하는‘포미(Forme)족’이 외식문화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비싸고 고급스런 요리보다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개성 있는 메뉴의 오너 셰프 레스토랑이 파인 다이닝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322 소월로’를 기획한 그랜드 하얏트 아·태평양 식음운영전략 부사장 안드레아 스탈더는 “해외에서 요리를 수련한 셰프들이 그곳 요리문화를 가져와 토착화시키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레스토랑이 상권을 이루어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변화와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메뉴 역시‘우린 이런 것도 있다’고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에 치중했다. 스시전문 카우리는 오마카세(주방장 특선)를 중심으로 회와 초밥에 철저히 집중하고, 스테이크 하우스는 그릴이나 팬 프라잉 중심의 다른 곳과 차별화를 위해 유럽식 피라오븐 스테이크를 도입했다. 식재료에서도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사용해 오븐 스테이크의 강점을 살렸다. 철판요리라면 으레 떠올리는 일본식 조리법을 벗어나 마주한 고객 취향에 맞춰 셰프가 융통성 있게 메뉴 라인업을 조율하는 테판의 방식도 이채롭다.


● 푸드트럭 운영하는 호텔, 배달서비스까지 도입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시도한 변화는 서울의 다른 특급호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이하 JW메리어트 동대문)은 요즘 수제 버거 배달서비스를 하고 있다. 스테이크 전문매장‘BLT 스테이크’가 10월25일 론칭 한 미국산 블랙 앵거스 비프 버거는 동대문역을 기준으로 반경 4km 지역에서 배달로 주문해 먹을 수 있다. 비록 배달거리에 따라 추가요금을 내야 하지만, 찾아오는 고객만 상대하던 호텔 레스토랑의 서비스 방식에서는 획기적인 변화다.

JW메리어트 동대문은 이와 함께 젊은층이 선호하는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한 푸드트럭도 운영하고 있다. ‘왓 더 트럭’이라는 애칭을 가진 푸드트럭은 패션브랜드 ‘비욘드 클로젯’ 고태용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모히토, 아이스크림, 커피, 티 등의 음료를 판매하는데 겨울 시즌을 겨냥한 스페셜 메뉴도 준비하고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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