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주당 하석진이 밝힌 #실제 주량 #혼술 먹방 #쿠얼리티

#뇌섹남 #엄친아 #실장_전문_배우. 하석진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대표 수식어들이다. 멀끔한 외모와 더불어 실제 고교시절 반 1등을 유지한 ‘엄친아’라는 사실과 한양대 기계공학과 학사 등 남다른 스펙 덕분이다.

수재 이미지는 하석진에게 주어지는 역할에도 영향을 미쳤다. 10년 이상 활동해왔지만 작품과 인물의 직업만 달라질 뿐 하석진의 ‘고퀄리티’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호텔 대표이사(1%의 어떤 것) 아나운서(스탠바이) 패션 회사 본부장(아이언레이디) 일반외과 부교수(디데이) 호텔 전략기획 본부장(상어) 월가 출신 천재 펀드 매니저(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 등 전문적이고 화려한 직업의 연속이었다.

하석진 본인도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로 어필되는지, 어떤 작품을 더 잘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선택받는’ 배우의 입장에서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 그는 항상 최고로 잘 할 수 있는 ‘최선의 작품’을 선택해왔다. 대신 그 안에서 대중이 위화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미지의 ‘변주’를 시도했다. 진중하고 복합적인 인물을 표현하다가도 다수의 시트콤에서 허당기 있는 인물을 선보였다. 나아가 예능에도 도전, ‘나 혼자 산다’에서는 수더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자신의 강점을 십분 살린 ‘뇌섹시대 - 문제적 남자’를 통해 기존의 매력을 배가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완전히 쓰레기가 됐다. 이름 하여 고퀄리티 쓰레기, 줄여서 ‘고쓰’.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하석진이 연기한 진정석의 극 중 별명이다. 학벌 외모 강의 실력 모두 ‘고퀄리티’지만 인성은 쓰레기인 인물이라 붙여진 것. 기존 ‘엄친아’에 쓰레기를 더한 조합이라니. 낯설면서도 신선한 도전이었다.


Q. ‘고쓰’로 큰 사랑 받을 줄 예상했나요.

A. 일상생활에서 몸으로 체감하는 건 잘 모르겠어요. 인터넷에 기사도 많이 올라오고 댓글이 많이 달리니까 ‘화제가 많이 되는 구나’ 싶었죠. ‘고쓰’ 짓해서 죄송합니다. 하하. 캐릭터가 좀 밉상이었죠. 그래도 가슴 속 깊은 곳에는 따뜻함이 있는 인물이었어요. 많은 댓글과 기사 덕분에 힘내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Q. 댓글 중에 어떤 반응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A. 아무래도 휴대폰을 만지다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니까요. 궁금하기도 하고요.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는 작품이 흥하고 안 흥하고를 떠나서 ‘나의 혼술 신 덕분에 보는 분들이 술이 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반응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Q. ‘혼술’에 대한 고민이 많았군요.

A. 자부심을 가지려고 했어요. ‘맛깔나게 표현해야해’ ‘난 할 수 있어’라고 끊임없이 주입했어요. 다른 분들은 ‘대용 술’을 마셨는데 저와 박하선 씨는 진짜 술을 마셨어요. 진짜 술을 마셔야 그 느낌이 날 것 같았거든요. 약간 취기가 돌더라도 진심으로 술을 마시고 맛있게 표현하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Q. ‘혼술+먹방’을 찍을 때 힘들지 않았나요.

A. 초반에는 노하우가 많지 않다 보니 정말 많이 먹어야 했어요. 소주나 고량주는 샷 잔으로 마시지만 맥주는 잔이 크잖아요. 좀 힘들었어요. 의지는 충만한데 몸이 안 받는 거예요. 50분동안 4000cc를 마시기도 하고 게워내고 다시 마신 적도 있어요. 7-8회 즈음에는 제작진도 노하우도 쌓이고 서로 호흡도 잘 맞아서 서너번 테이크만에 담아냈어요.


Q. 다른 배우들과 달리 ‘고쓰’의 안주는 고퀄리티였어요. 가장 맛있는 안주는 무엇이었나요.

A. 9회에서 먹은 생선구이가 정말 맛있었어요. 아, 대게도 되게 맛있었어요. 다들 저보고 ‘돈 내고 출연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Q. 실제 주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소주로 치면 2병에서 3병정도요. 술을 좋아해요. 평소에는 소주나 소맥을 즐기죠. ‘혼술남녀’를 찍을 때는 진정석이니까 ‘프리미엄 소주’에 맛있는 해산물 안주를 곁들이곤 했어요. 집에서 혼술할 때 맥주는 잘 안 마셔요.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니까요. 독주로 얼큰하게 한 두잔 마시는 것을 좋아해요.


Q. ‘혼술남녀’ 배우들과도 회식을 자주 즐겼나요?

A. ‘혼술남녀’에서 제가 회식을 잘 안 즐기는 설정인데 다행히 현장에서 극 중에서만큼 왕따당하지는 않았어요. 같이 놀아주더라고요. 저도 같이 두세번 정도 회식을 했는데 그때마다 다들 취한 것 같아요(웃음). 모두 술을 안 빼는 편이라서요. 노량진 3인방은 다들 잘 마시더라고요. 특히 공명이가 제일 잘 마시는 것 같아요. 페이스 조절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소주 4병 정도 마신다고 하더라고요.


Q. ‘고쓰’의 대사 중에 ‘퀄리티’라는 대사가 유행어처럼 번졌어요. 맛깔스러운 그 대사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A. 처음에 대본으로 봤을 때는 재밌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제 입에도 잘 안 맞았고요. 입에 안 붙으니까 더 차지게, 시청자의 뇌리에 박히게 대사를 뱉었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강조해서 발음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죠. 어느 순간 댓글에도 ‘쿠얼리티(퀄리티)’라고 속속 보이더라고요. 종영 즈음에는 대본에도 ‘쿠얼리티’라고 적혀있었어요(웃음). 어쨌든 대사를 살려낸 거니까 기뻐요. 다만 제가 아닌 다른 배우가 진정석을 연기했다면 이 대사를 어떻게 살렸을지 궁금하긴 해요. 하하.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마루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