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구협회 서병문 회장. 스포츠동아DB
협회 서병문 회장은 7일 “(김 부회장이) 곧 법적 조치를 할 것이다. 그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아들을 둘러싼 의혹(부정입학, 횡령 등) 보도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해왔는데, 해당언론사에 형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서 회장은 “그만두더라도, 명예롭게 그만두게 해야 하지 않겠나. 여론의 마녀사냥으로 한 사람이 매장당하는 현실을, 회장으로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 업무를 보지 않는 상태다. 서 회장은 “민사가 아닌 형사소송이라 길어야 1~2달이면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 공백은 없다”고도 했다.
소송은 김 부회장과 해당언론사가 시비를 가리면 될 일이니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김 부회장 아들이 걸린 개인사 탓에 배구협회 실질적 2인자인 실무부회장 자리가 기약 없이 비어 있어도 되느냐는 것이다. 서 회장은 “(김 부회장 공백기) 협회 행정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김 부회장이 도대체 얼마나 각별하기에 서 회장이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기다릴게, 재판 잘하고 돌아오라’는 특혜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김 부회장이 소송을 결행하는 순간, 부회장 업무에 집중하긴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부회장직에서 내려오면 마치 의혹을 인정하고, 떠밀려 내려오는 모양새로 비쳐졌을 것이다. 이 또한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안의 성격상, 김 부회장 아들 일은 배구협회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고 판단했을 여지도 있다.
그러나 배구협회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김 부회장의 형사소송으로 일이 진행될 판이다. 10월10일 협회 차원에서 명예훼손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과 다른 행보다. 이래놓고 사표를 수리도 반려도 하지 않으니, 협회가 있고 김 부회장이 있는 것인지, 김 부회장을 위해서 협회가 있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서 회장은 “(험담을 다 들어주면) 배구계에 쓸 사람이 한명도 없다”고 김 부회장을 두둔했다. 그런 너그러운 눈길을 협회 바깥으로도 보낼 때, ‘고립’에서 벗어날 길이 열릴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