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은 12일 자신의 곡 ‘덩크슛’의 가사를 “하야하라 박근혜, 하아햐라”로 개사해 암울한 현실을 노래했다. 스포츠동아DB
‘늘품체조’ 패러디 등 현실풍자 봇물
‘하늘엔 최루탄이 터지고/강물엔 공장폐수 흐르고/저마다 누려야 할 권리가/언제나 짓밟히는 곳/…’.
1980년대 중반 대학가에선 가수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의 노랫말을 바꾼 노래가 널리 불렸다. ‘아! 대한민국’은 당시 모든 대중음반에 반드시 담아야 할 이른바 ‘건전가요’였다. 하지만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언제나 자유로운 곳’이라는 노랫말을 비튼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개사곡)는 암울한 현실을 비판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됐다.
30여년의 시간이 지난 12일 촛불집회에서도 기존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패러디한 개사곡이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입으로 불렸다.
그 대표적인 곡이 서태지의 ‘하여가’다. ‘순실에게 모든 걸 뺏겨버렸던 마음이/다시 내게 돌아오는 걸 느꼈지/순실은 언제까지나 나만의 나의 동생이라 믿어왔던/내 생각은 틀리고 말았어/…’로 뒤바뀌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꼬았다. 듀오 십센치의 ‘아메리카노’의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라는 노랫말은 ‘박근혜 하야 좋아 좋아 좋아’로 불렸다. 드렁큰타이거의 ‘몬스터’ 역시 ‘밤 밤 바바바 밤, 즉각 퇴진/밤 밤 바바바 밤, 당장 퇴진’으로 집회의 분위기를 달궜다.
이날 집회의 본 문화공연 무대에 오른 가수 이승환도 자신의 노래 ‘덩크슛’의 노랫말을 바꿔 불렀다. ‘주문을 외워보자/야발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기야’를 ‘주문을 외워보자/오예∼ 하야하라 박근혜, 하야하라’라며 노래했다. 이에 앞서 공연을 펼친 조PD도 ‘친구여’의 랩 부분을 ‘청와대 박근혜 하야’라는 애드리브로 바꿔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기존 대중가요뿐 아니라 동요와 민요풍의 노래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가슴을 울리며 현실을 풍자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또 다른 ‘비선실세’로 지목된 차은택씨가 깊숙이 간여했다는 ‘늘품체조’를 패러디한 ‘하품체조’가 등장한 가운데 동요의 노랫말을 바꾼 ‘머리·어깨·무릎·발·무릎, 하야’가 그 배경음악을 대신했다. 또 응원가로 자주 쓰여온 ‘아리랑 목동’을 개사한 ‘하야, 하야하야, 하야하야 하야야’도 광장에 울려 퍼졌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