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FA계약이 늦어지는 진짜 이유

입력 2016-11-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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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시장이 잠잠하다. 올해 유독 많은 특급 FA들이 ‘해외진출’을 함께 고려하고 있어 장기전 양상이 불가피해졌다. 해외진출을 추진 중인 차우찬, 최형우, 양현종, 김광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3차례 만나기는 했다. 그러나 선수입장에서는 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 실질적으로 내년 2월에 계약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직 에이전트제도가 공식적으로 도입되지 않았지만 정상급 FA는 비공식적인 대리인이 다 있다. 그들은 해외로 진출했을 때 더 많은 돈을 만질 수 있다. 당연히 ‘해외리그 오퍼를 기다려 본 후 국내 팀과 협상하자’는 말을 한다. 계약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12월은 되어야 계약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쪽이 정리되어야 KBO리그 FA시장도 정립될 것 같다.”

KBO리그 각 구단 실무진의 말이다. KBO리그 FA시장은 11일 개장했다. 총 15명이 FA를 신청했다. 그러나 16일 오후까지 단 1건(두산 김재호 4년 50억원)만이 발표됐다.

2016년 스토브리그는 역대 최고의 투수들이 시장에 나왔다. 최정상급 타자도 있다. 지난해 희귀했던 선발 투수진도 탄탄하다. 그러나 시장은 어느 해보다 조용하다. 탐색전이 길어도 너무 길다.

각 구단 실무진의 의견을 종합하면 특급 FA들은 해외리그 진출까지 검토하며 자신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장기전을 택하고 있다.

삼성은 차우찬과 3차례 만났지만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부터 우선협상기간이 폐지돼 선수 입장에서는 급할 것이 전혀 없다.

특히 차우찬은 시즌 중 일본프로야구에서 통역으로 오랜 기간 활동한 에이전트를 선임해 해외리그 진출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일본프로야구는 최근 KBO리그 출신 한국 선수들에게 예전과는 다르게 최정상급 연봉을 제안하지 않고 있지만 이닝소화능력이 뛰어난 좌완 투수는 어떤 리그에서도 희소성이 크다.

양현종과 김광현도 꾸준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관찰했던 투수들이다. 역시 KBO리그 구단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출신으로 미국에서 네트워크가 뛰어난 에이전트가 발로 뛰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1순위로 잡아야하는 원 소속 선수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플랜B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수 중 최대카드인 최형우는 원 소속팀 삼성과 의견차가 매우 큰 상태에서 복수의 국내 팀에 제안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형우 역시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일본과 메이저리그 진출로 이끈 에이전트와 손을 잡고 움직이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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