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14일부터 일본 도쿄 다쓰미국제수영센터에서 개막한 제10회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역영을 거듭하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도쿄 아시아수영선수권 4관왕 부활
반전에 또 반전이다.
한국수영의 간판 박태환(27)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14일부터 일본 도쿄 다쓰미국제수영센터에서 개막한 제10회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부문에서 역영을 거듭하고 있다. 17일 200m에서 대회신기록이자,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은메달에 해당하는 1분44초80으로 정상에 선 박태환은 18일 400m에서도 3분44초68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국제대회 우승은 2014년 8월 팬퍼시픽대회 이후 2년여 만이고, 다관왕 등극은 그보다 5개월 빠른 호주 NSW스테이트오픈 이후 처음이다.
역시 정상에 오른 100m(48초57), 1500m(15분07초86) 등 타 종목에서의 기록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랜 라이벌 쑨양(25·중국) 등이 출전하지 않은 대회였으나, 주 종목인 200m와 400m에서 녹슬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는 점에 특히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2016년은 박태환에게 온갖 아픔과 부활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2014년 금지약물 복용 때문에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받은 선수자격 정지의 중징계는 그의 선수인생과 경력을 송두리째 앗아갈 뻔했다. 이 과정에서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들도 박탈당했다.
마음고생은 엄청났다. 올 3월 FINA의 징계가 끝나 선수자격을 회복한 뒤 리우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국가대표 복귀를 타진했을 때도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4월 국가대표선발전(동아수영대회)에서 남자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올림픽 A기준기록을 통과했음에도 반대 여론은 대단했다. ‘이중처벌’ 논란을 빚은 대한체육회 국가대표선수 선발 규정의 위법성을 주장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직접 나서서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반대했을 정도로 환영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SBS는 19일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5월 25일 박태환 측과 만나 ‘뜻(리우올림픽 출전)을 굽히지 않고 올림픽에 나설 경우 각종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했다. 확보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예를 들어 (대한체육회의 반대를 꺾고 올림픽에 나가면) 단국대학이 부담을 안 가질 것 같아? 기업이 부담을 안 가질 것 같아? 대한체육회하고 싸운 애인데. 예를 들어 대한체육회하고 싸워서 이겼어. 이긴 게 이긴 게 아니라고 난 그렇게 보는 거예요” 등의 말들로 사실상 리우행 포기를 강요했다.
정부의 협박을 이겨내고 법적 판단의 도움을 받아 리우올림픽 출전에 성공했지만, 계속된 마음고생과 훈련 부족 탓에 상처만 남았다. 전 종목 예선탈락의 고배를 들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1500m 레이스를 포기해 질책도 받았다. 고개를 푹 숙인 박태환은 또 다시 거센 비난과 맞서야 했다.
박태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이를 악물었다. 한 달 가까이 잡념 없이 지친 마음을 달래자, 다시 물이 그리워졌다. 수영선수는 수영장을 떠날 수 없었다. 과거를 지웠다. 체력과 스퍼트에 포커스를 맞춘 호주 강화훈련은 확실한 재기의 발판이 됐다. “정말 절실히 준비했다. 인연은 아니었지만, 올림픽 실패에 대한 죄송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었다.”
공식 복귀무대는 10월 충남 일원에서 열린 제97회 전국체육대회였다. 박태환은 200m, 400m 정상에 섰다. 흐름을 타자 상승세는 국제무대로도 이어졌다. 수영선수로서 황혼이 지난 듯했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국내외 주요 대회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박태환의 도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항간에선 조심스레 2020도쿄올림픽을 거론한다. 현실이 될 경우, 2004년 아테네∼2008년 베이징∼2012년 런던∼2016년 리우에 이은 5번째 올림픽 출전이 된다. 물론 본인은 확답을 하지 못한다. “아직 먼 이야기”라고 얘기한다. 그 대신 당장 오늘과 내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함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현명한 해법일지 모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