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도승우, 편의점 사장님에서 다시 래퍼로

입력 2016-11-23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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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나이퍼 사운드

비도승우라는 이름이 알려진 건 아무래도 ‘몽환의 숲’으로 유명한 키네틱플로우의 멤버로서 일 것이다.

조금 더 2000년대 초반 한국 힙한씬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MC스나이퍼를 주축으로 결성된 크루 ‘붓다 베이비’의 크루원으로 활동하며 발표한 ‘진정한 소리꾼’, ‘Buddha Baby’, ‘네 자루의 M.I.C’ 등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비도승우는 2000년대 초중반 힙합씬에서 대중적인 인기와 영향력을 지닌 소위 ‘잘나가는 래퍼’였다.

하지만 그는 스나이퍼사운드에서 독립 후 활동이 뜸해지더니 급기야 2012년 싱글 ‘ROSA’ 이후부터는 아예 힙합씬에서 흔적을 감춰버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6년, 비도승우는 다시 MC스나이퍼와 손을 잡고 씬에 복귀를 선언했고, 피처링을 통해 한 두 차례 예열을 하더니, 새로운 EP ‘Mind Rob 1.0 Ver’을 발표했다.

재미있는 건 이 비도승우가 씬을 떠나있던 4년 사이 그에게는 ‘편의점 사장님’이라는 직함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실제 ‘Mind Rob 1.0 Ver’의 타이틀곡인 ‘인덕원 가스펠’ 역시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경험과 감정을 가사로 옮긴 곡이다.

물론 말이 좋아 사장님이지, ‘잘나가던 래퍼’와 ‘편의점 사장님’은 쉽게 연결고리를 찾기 힘든 간극이 존재한다.

사진=스나이퍼 사운드


과연 음악을 떠나있던 4년 동안 비도승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또 왜 다시 돌아오게 됐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왜 떠났고, 또 왜 다시 돌아왔는지를 묻자 비도승우는 “음악을 아예 관두려고 했다. (스나이퍼 사운드를 나온 후)매니저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그때 이 길은 아닌 거 같았다. 돈 잃고 사람 잃고 하면서 내 길이 아닌 거 같았다”라고 음악을 손에서 놓은 이유를 말했다.

이어 “편의점 전에 식당을 차렸다. 자영업은 나만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또 아니더라. 예를 들어 손님 중에 반찬을 가지고 시비를 건다. 고추 무침이 모양이 일정할 수가 없는데, 모양이 일정하지 않다고 클레임을 걸기도 하고, 파워블로거라고 와서 다툼이 있었는데, 경찰 부르고 그런 어이없는 없는 일을 겪으니 업종이 아닌가 싶어서 편의점을 했다. 편의점은 고객을 응대할 시간이 짧아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경우가 많이 없을 거란 생각이었다”라고 편의점을 차린 계기를 밝혔다.

하지만 편의점은 사람을 상대하기 편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비도승우는 “그럴 줄 알았는데, 이건 더 심하더라”라며 웃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는 비도승우가 다시 음악을 하는 계기가 됐다.

비도승우는 “스트레스 풀 데가 없더라. 그러다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노래가 나오면 나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스나이퍼 형을 만났는데 이야기를 듣더니 ‘안 해도 걱정, 해도 걱정이면, 하고 걱정이 낫지 않냐’고 하더라. 그래서 같이 하게 됐다”라고 다시 마이크를 잡게 된 계기를 밝혔다.

어찌어찌해서 복귀를 했지만, 5년 가까이 완전히 음악과 담을 쌓고 ‘자영업자’로 지냈던 비도승우가 음악가로 돌아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진=스나이퍼 사운드


비도승우는 “감이 떨어진 게 있긴 있는데, 원래 내가 하던 건 다시 나오긴 하더라, 디테일한 부분이나 새로운 부분은 감이 떨어지는 게 있더라. 그건 당연한 거다. 원래 하던 건 어떻게 되어도 잘하지만, 세상이 너무 변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따라잡을 시간이 필요하다”며 “또 내가 세상과 단절이 돼 살았다. 카카오톡에 친구가 13명 있더라. 그 안에서도 연락하는 사람은 서너 명이더라. 전화기를 바꾸면서 그걸 계기로 열 세명에서 열 일곱 명 거기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그 외의 삶은 혼자였다. 근데 이것도 나쁘지 않다. 쓸데없는 욕심과 인간관계가 없으면 상대적 박탈감이 없더라. 살만한 거다. 발전은 없는데 편하다. 나가면 아프니까 그렇다. 예를 들어 어릴 땐 강남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요즘은 강남 그런데도 잘 안 간다. 거긴 욕망의 거리이고, 가면 사람이 이상해진다. 내가 뒤쳐진 거 같고 그런 생각이 든다. 돈을 벌어도 조용한데서 살고 싶다. 100억이 없어도 10억이 없어도 쓸데없는 짓 안하면 되는 거다. 그래서 차단하고 살았다”라고 그동안의 삶을 말했다.

이어 “2009년에 사기를 당하고 그해 후반부터 음악을 아예 듣지도 않았다. 들으면 짜증나니까. 난 TV도 없다. 그러면서 음악을 할 의지도 안 들고,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랬다. 그러다 5년 만에 나오니 어디 갇혀 있다가 온 거 같더라. 차에서 블루투스로 음악 듣는 거도 신기하고 PC방에 CD넣는 곳이 없어서 신기했다. 올드보이 같은 기분이었다”라고 다시 세상으로 나온 소감을 밝혔다.

새롭게 시작하는 비도승우에게 조언을 해준 건 이번에도 MC스나이퍼였다. MC스나이퍼는 비도승우가 다시 활동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은 물론, 이번 앨범에도 여러 부분에 조언을 해주었다.

비도승우는 “(MC스나이퍼는)나를 많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서 색을 잡아주는 건 편했다. 안 좋은 부분은 나는 좀 오랜만이라서 새로운 것도 하고 싶은데 그런 부분에서 ‘그건 때가 아니다’라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그런 부분은 (MC스나이퍼의 말이)맞긴 한데 좀 아쉽다. 결과적으론 맞는 선택인 거 같다. 어설프게 하다 망가진 거보단 낫다”라고 아쉬운 점도 여과 없이 털어놓았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비도승우는 어떤 문제나 불화가 있어서 스나이퍼 사운드를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Mind Rob 1.0 Ver’의 수록곡 ‘Sorry My Brother’에도 잘 담겨 있다.

비도승우는 “이 곡은 원래 사랑노래를 만들까 했는데 너무 진부하더라. 그러다가 언제 음악을 틀어놓고 술을 마시는데 문득 (MC스나이퍼)형과 나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 사실 더 디테일한 이야기를 담을까도 했는데, 그럼 구질구질 하고 유치해지는 거 같아서 그렇게 쓰진 않았다”라고 밝혔다.

‘Sorry My Brother’가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연스럽게 아웃사이더가 떠오르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스나이퍼 사운드


이에 대해 비도승우는 “아웃사이더는 디스라고 보면 디스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나는 (아웃사이더와)다른 이유로 (스나이퍼 사운드를)나갔으니 동일시하지마라’ 그런 이야기다. 그냥 이유가 다르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키네틱 플로우도 결국 나가지 않았나’라고 하는데, 난 돈 문제로 나간 게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로 살면서 세상과 단절돼 지내왔지만, 이를 통해 얻은 점도 있다. 비도승우는 비도승우는 “음악을 하는 처음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또 욕먹어도 즐기고 있다. ‘올드하다’는 악플은 예상했다. 오히려 ‘더 자극적인 악플 없나’라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면 면역이 됐다. 편의점에서 취객을 상대하다보면 악플은 아무것도 아니더라. 상황이 주는 고통 예민한 점이 많이 없어졌다”라고 강한 정신력을 자영업을 통해 얻은 장점으로 꼽았다.

여기서 ‘올드하다’라는 평에 대해선 비도승우도 할 말이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트랩이 유행한다고 해서 아이스큐브, 스눕독을 올드하다곤 안하는데, 우리나라는 트렌디하지 않으면 다 올드하다고 한다. 1세대, 2세대로 나누고 하는 것도 좀 그렇다. 다음 앨범에서 이런 얘길 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당연한 건데, 그런 얘기를 하면 꼰대라고 한다. 그리고 다 안한다. 난 거기에 불만이 있다”라고 특정 장르를 신구세대로 나누는 행태에 의문점을 드러냈다.

이런 의문은 좀 더 큰 주제로 옮겨간다. 비도승우가 이후 랩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단순히 힙합씬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비도승우는 “당연히 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금 최순실사태를 봐도 진보나 보수가 아니라 대한민국 자체의 문제다. 정의가 뭔지, 진짜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최소한의 사실이라는 게 있지 않나. 뭐가 진짜고 정의인지 몰라도 그 사실만 보고 정의가 뭔지는 생각 해봐야한다. 힙합도 언제부터 고민 없이 돈, 스웩, 그런 거만 찾고 있다. 이걸 노래하는 것도 좋은데, 고민도 해가면서 했으면 한다. ‘만약에 트렌드가 이런 사회적인 고민들을 이야기하는 걸로 바뀌었다고 치자. 그 때 돼서 갈아탈 건가? 그때 돼서도 돈과 스웩 얘기를 할 건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런 룰을 만들고 싶다. 스나이퍼 형님도 뭐가 진짜고 정의인지는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뭐냐면 진짜가 없다. 다 생계형이다. 생계형 보수와 진보다. 진짜 힙합도 없다. 그게 마음에 안 드는 거다. 앞으로 사회참여적인 음악을 해야 한다. 정치적이 아니라, 사회참여적인 거다. 정치와 연관되면 색안경을 끼게 된다. 사랑노래를 해도 이상하게 본다. 사회적인 이야기를 해도 정치적 색안경을 떠나서 다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라고 자신이 나아가고자하는 방향성을 밝혔다.

사진=스나이퍼 사운드


그리고 비도승우가 그리는 이런 미래의 음악적 방향성에는 ULT(유엘티)도 포함돼 있다.

이번 앨범은 사실상 비도승우 솔로 앨범이건만 굳이 키네틱 플로우라는 이름을 다시 쓰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실 나도 키네틱 플로우라는 이름을 가져오긴 싫었다. 멀리 보고, (ULT)얘가 돌아와야 하는데, 이 이름을 계속 리마인드시키면 사람들이 빈자리를 생각하지 않을까싶어서 그랬다”라며 “ULT는 애증의 관계다. 요즘 랩 레슨한다고 들었는데, 언젠가는 같이 할 일이 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아닌 거 같다. 그래도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같이 잘 됐으면 좋았는데, 아쉽기도 한다. 내가 군대 갔을 때도 그 친구가 기다려주고, 그랬다. 내가 형으로서 상황을 잘 만들어줬으면 좋았을 건데, 그런 게 아쉽다”라고 언젠가는 ULT도 함께한 키네틱 플로우의 활동을 약속했다.

끝으로 “아무래도 (나에겐)멜로디컬한 부분도 있고 여유로운 플로우가 있다. 그런 부분은 유지하고 싶다”라고 자신의 장점을 되새긴 비도승우는 “‘Mind Rob 2.0 Ver’에 들어갈 거다. 발매시점엔 내년정도로 보고 있다. 그전에 싱글 하나 정도는 나올 수 있겠지만, 계속 내면 막 던진다고 할 수도 있으니 천천히 가려 한다”라고 이후 활동 계획을 덧붙였다.

사진=스나이퍼 사운드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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