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승부조작, 불법도박의 연결고리

입력 2016-11-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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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과 kt 선수들이 지난 8월 수원 경기에 앞서 승부조작사건과 관련해 팬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는 승부조작 사실이 다시 한 번 불거지면서 야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스포츠동아DB

‘부정경기행위’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금품 개입 없어도 ‘업무방해죄’에 해당
결국 불법도박과 연관…경각심 가져야


얼마 전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프로야구 승부조작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열 명이 넘는 투수들이 승부조작에 관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프로야구의 존립 기반을 뒤흔드는 매우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부조작이라는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이기고(勝) 지는(負) 것을 거짓으로 꾸며낸다는 뜻이다. 그런데 승패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행위도 승부조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즉, 이기고 지는 것과 아무런 상관없이 경기의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일어난 부정직한 일을 모두 승부조작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의 부탁이나 지시로 1회 초 첫 타자에게 초구에 볼을 던진다든가 1회에 볼넷을 내준다든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승패에 전혀 영향이 없는데 그것을 승부 조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승부조작은 법률상의 용어가 아니다. 승부조작의 진짜 이름은 ‘부정경기행위’이다. ‘운동경기의 선수, 감독, 코치, 심판 및 경기단체의 임직원은 운동경기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거나 혹은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4조의 3의 내용이다.

즉 승패와 관계없이 경기 중에 정정당당하지 않은 플레이를 할 것을 청탁받고 돈을 받으면 성립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회 첫 투구를 볼로 던져 달라거나 변화구가 아닌 직구로 던져 달라는 것 등이다. 선수의 자연스런 플레이가 아닌 뭔가 의도가 개입된 플레이가 되면 부정한 청탁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금품이 개입되면 국민체육진흥법위반죄로 처벌되는 것이다.

‘저 선수 대학이라도 갈 수 있게 가운데로 직구 하나 꽂아줘라.’ ‘어차피 9점차로 이기고 있는데, 상대팀이 콜드 게임으로 지면 해체된다고 하니 시원하게 헛스윙하고 들어와라.’

이처럼 금품이 개입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목적이 정당하다면 수단이 조금 정도(正道)에 어긋나도 되는 것일까? 상대 선수가 대학 진학을 위해 필요하다는데? 어차피 이길 거 상대팀이 해체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는데? 금품이 개입되지 않았더라도 승부조작은 위계(서로 짜고서)로써 타인의 업무(정당한 경기 진행)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것이다.

승부조작이 위험한 이유는 먼저, ‘각본 있는 드라마’라는 것이다. 팬들은 실력과 작전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승부가 결정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면?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 분명하다. 스포츠에 각본이 있다면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나아가 승부 조작은 대부분 불법도박과 관련이 있다. 승부조작을 시도하는 이유는 대부분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돈을 걸기 위해서다. 투수를 매수해 1회에 볼넷을 던지게 한다면, 도박판에서 돈을 따는 게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가 된다.

최근 경찰에서 승부 조작과 불법도박에 연루된 선수들을 수사해 입건했다. 군검찰에서도 승부 조작 혐의로 프로야구 출신 선수를 구속했다. 선수는 단순히 1회에 볼넷 하나만 던진 것이지만, 브로커는 그런 행위를 통해 수억원의 배팅을 해서 불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일반 사회생활에서도 그렇지만 스포츠에 있어서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수단부터 목적에 이르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정정당당한 것! 그것이 바로 스포츠 정신이기 때문이다. 배신하지 않고 보답하는 진정한 땀의 향기가 가장 짙게 배어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다. 그 향기가 그리워 팬들은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이다.

승부조작은 정정당당이라는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행위다. 금품이 개입되어 있지 않을지라도, 목적이 아무리 정당할지라도, 진정한 땀의 향기가 배어 있지 않으면 무의미한 것이다.

‘혼이 담긴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이승엽 선수의 좌우명이다. 그는 실력으로나 인성으로나 모든 선수와 팬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이승엽 선수가 이처럼 최고가 된 것은 진정한 땀의 향기를 경기에서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인 것이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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