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와 맥크리…라고 해두자.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게임을 하던 중 문득 "스타와 함께 게임을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게임하는 모습을 기사로 내보낼 용자...아니 스타를 물색해 보았다.
처음에는 기왕에 하는 것 걸그룹과 함께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몇몇 걸그룹 소속사에 접촉을 했으나 안타깝게도 모두 성사되지 않았고, 심한 좌절감에 기획 자체가 폐기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그때 FNC엔터테인먼트의 L모 사원에게 느닷없이 "기자님 오버워치 기획 언제 하면 좋을까요?"라고 연락이 왔고, 기자는 'AOA에게는 제안을 안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라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며칠 전 L사원과 톡을 나누다가 오버워치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고, 엔플라잉의 멤버들이 게임을 즐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지나가는 말로 "(엔플라잉과)같이 해도 괜찮겠다"라고 이야기 했던 게 생각이 났다.
문답무용. 재현과 차훈은 오자마자 자리부터 앉았다. 참고로 가장 안쪽의 여성이 이번 기획을 성사시킨 L모 사원.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사실 그 이후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 의욕 넘치고 추진력 있는 L사원이 정말로 '엔플라잉과 오버워치 기획'의 컨펌을 기어코 받아내고야 만 것이다.
그렇게 오버워치 기획의 주인공은 엔플라잉이 됐다. - 다만 승협과 광진은 오버워치를 하지 않아 본 기획에는 재현과 차훈만 참여했다. 여담으로 롤 마니아인 승협은 '종목이 롤이었으면 좋았는데...다음엔 롤로 진행하자'라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
걸그룹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게임을 하는게 곧 일이 되는 꿀기획을 하지 않을 이유는 1도 없었다.
게다가 엔플라잉은 데뷔 때부터 쭉 지켜보며 개인적인 친분도 돈독한 친구들인 만큼 더 편하고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완전 좋은 기획이라며 신이 났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획 당일, 먼저 PC방에 도착한 기자가 손도 풀 겸 가볍게 게임을 즐기고 있자 곧 주인공 재현과 차훈이 도착했다.
잠깐의 영상 녹화 세팅만을 거친 후…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문답무용. 영상 녹화를 위한 잠깐의 세팅만을 거치고 곧바로 게임에 돌입했다.
바로 게임플레이에 들어갔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시작은 좋았다. 재현이 자리야, 차훈이 루시우, 기자가 한조 - 를 선택하고 기획이 시작도 못하고 끝날 뻔 했다 - 를 선택해 돌입한 리장타워에서 엔플라잉 팀은 1라운드에서 낙승을 거두며 그대로 승리를 확정짓나 싶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2라운드와 3라운드를 내리 내주고 화면에 패배 메시지가 뜨자, 어느새 셋의 얼굴에는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처참한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 회의를 거쳐 내린 결론은 '배가 고프다'였다.
배고프면 게임이 잘 안 되는 건 기본 상식이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아닌게 아니라 재현과 차훈은 "보다 더 맛있게 라면을 먹기 위해 저녁부터 굶고 있었다"고 실토했다.
그렇다면 먹어야 했다. 처음에는 컵라면을 먹을까 했지만, 끓인 라면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재현과 차훈은 끓인 라면으로 - 심지어 재현은 치즈와 계란까지 추가해 먹었다 - 공복감을 달래기로 했다.
그렇게 라면이 나왔고, 여유있게 라면타임을 갖는가 했지만... 이는 재현과 차훈의 의욕을 과소평가한 오산이었다. - 두 번째 여담으로, 재현의 경쟁전 평점은 2500점 대로, 기획 전날까지 2400점 대였지만, 적어도 플레티넘은 찍어야 창피하지 않다며 기어코 2500점을 넘겨왔다고 한다 -
왜인지는 모르지만 PC방서 먹는 라면은 평소보다 무조건 더 맛있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재현은 "PC방에선 원래 라면 먹으면서 하는 게 제대로죠"라면서 대기열을 등록시켰고, 그러다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던 라면컨을 부활시켜야했다.
간절하면 우주의 기운이 모인다고 했던가. 일단 죽어야 부활대기 타임에 라면 한 젓가락이라도 뜰 텐데, 희한하게 라면이 앞에 있으니 잘 죽지도 않고 게임이 잘 풀렸고, 점점 불어가는 라면은 '일부러 죽어야하나'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촬영을 위해 연출된 모습이지, 실제로는 라면컨이었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어쨌든 그런 간절함 때문이었는지, 재현이 주력캐인 리퍼를 선택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라면컨으로 진행된 왕의 길 맵에서는 오히려 승리를 거뒀다.
이제 본 실력이 발휘됐나 싶었지만, 감시기지: 지브롤터와 네팔에서는 허무하게 연속 패배.
슬슬 한결같이 한조만 고집하고 있는 기자의 문제인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 즈음, 볼스카야 인더스트리 수비진영의 게임이 시작됐다.
보라 이 신이 난 재현의 모습을.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A거점을 내준 상황이었지만, 재현은 "우린 할 수 있어염"이라는 파이팅 넘치는 채팅을 남기며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재현의, 아니 리퍼의 샷건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B거점의 중앙에서 자리야의 중력자탄과 연계해 폭발한 리퍼의 죽음의 꽃은 이날 게임을 통틀어 가장 멋진 장면이었다. 이 플레이는 당연히 '최고의 플레이'에도 선정됐다.
반면 차훈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이다. 수능도 이렇게 진지하게 보지 않았을 거 같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재현이 앞장 서 공격을 주도하는 편이었다면, 차훈은 주력 캐릭터가 지원형인 루시우로, 어머니의 마음으로 힐과 스피드업 버프를 나눠주며 게임을 컨트롤 해나갔다.
이 때문에 최고의 플레이를 받는데는 불리함이 있었지만, 마지막에 칭찬카드를 받는건 차훈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기자는 한조만 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볼스카야 인더스트리를 통해 사기가 오른 엔플라잉은 연달아서 게임을 진행했고, 이어진 네팔에서는 패배, 일리오스에서는 승리, 도라도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이제 뭘 한 건지 모르겠다. 그냥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마지막 기분 좋은 연승으로 4승 4패 승률 50%를 맞추고 이날의 기획은 마무리가 됐다.
막상 하고 나니 '이걸 왜 했나' 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어쨌든 기자 개인적으로는 게임하면서 월급 받아보는 작은 소망을 이뤘고, 재현과 차훈도 즐거워했으며, 이 기획을 성사시킨 L모 사원도 열심히 카트라이더를 하면서 "PC방 완전 좋다. 그냥 여기서 게임이나 하다가 퇴근하고 싶다"라고 한 걸 보면, 적어도 PC방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 소원이라면 앞으로 계속해서 이 기획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엔플라잉 팬들과 오버워치 팬들이 - 이게 반응이 좋아야 당신들도 보고 싶은 '걸그룹과 함께 하는 오버워치'를 섭외하기 수월해진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걸그룹 소속사 관계자 여러분들도 많은 연락 바란다. - 그냥 이 기획과 영상이나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장소 협찬=PeaK PC방 압구정
사진·영상|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영상편집|조아라
글·체험|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