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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장훈. 스포츠동아DB
김장훈을 잘 아는 가요계 인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온 것이 사실이다. 그의 무리한 기부 약속이 언젠가 ‘부도’를 낼 수 있다는 시선이었다.
김장훈의 기부 방식은 독특하다. 수중에 있는 돈을 기탁하는 게 아니라 ‘얼마를 내겠다’고 약속부터 해놓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기관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거나 ‘행사’를 뛰어 마련한다.
문제는 기부 약속을 여러 곳에, 그것도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대수익으로 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기부’라는 이름의 빚인 셈이다. 행사와 공연이 호황일 때는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지나면서 추모 분위기 속에서 무대가 크게 줄었다. 행사에 의존하던 김장훈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그는 병적일 정도로 ‘기부’에 집착했고, 지키기 어려운 약속도 하나둘 늘어났다. 김장훈은 ‘언젠가 약속을 지키겠다’는 마음이겠지만, 도움을 기대했던 측 입장에서는 결국 헛말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김장훈은 5일 ‘최순실·차은택 혜택 관련 및 거짓기부 찌라시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항간에 제기된 의혹과 논란에 입장을 표명했다. 거짓기부 논란에 대해 “제가 오롯이 혼자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며 “사람들의 평가보다는 제 개인의 양심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해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제가 살아온 날들을 그런 찌라시 따위가 왜곡시킨다 해도, 상식과 시간을 믿고 그냥 내 갈 길만 가겠다”고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부금을 ‘체납’ 중인 그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영위하려면 적어도 이제 ‘관리’는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해온 의로운 일들마저 퇴색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엔터테인먼트부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