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러려고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했나?

입력 2016-12-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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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OVO

대한민국에서 ‘순수한 의도’라는 말은 더 이상 ‘순수하게’ 들리지 않는다. KOVO가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방식을 트라이아웃으로 개편한 것도 의도 자체는 선했을 터다. ‘더 이상 호구 노릇 하지 않고, 외국인선수를 둘러싼 몸값 경쟁을 하지 않겠다. 토종선수의 경쟁력, 전술 운영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자유경쟁에서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선수 수급 틀 자체를 좁힌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의도가 순수해도 현실에 투영하는 순간, 왜곡되는 것이 세상이치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외국인선수 범위 안에서만 뽑다보니 대체선수가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때, 갑을관계가 역전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선수 풀은 한정되고, 구단은 당장 1승이 아쉽다보니, 정작 트라이아웃에 뽑히지도 못했던 하위순위 외국인선수를 잡는데 필요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스포츠동아는 5일 OK저축은행의 새 외국인선수 모하메드(모로코 출신) 영입을 단독 보도했다. 취재 과정에서 복수의 취재원은 모하메드의 이적료가 20만~30만 유로라고 추정했다. 달러가 아니라 유로라 더 비싸다. OK저축은행은 “모하메드 영입은 맞다. 다만 이적료는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트라이아웃에 탈락한 뒤, 터키리그에서 뛰고 있던 모하메드의 연봉은 5만~10만 달러 선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모하메드의 기량을 떠나 시장가격이 이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OK저축은행이 연봉과 별개로 이적료로만 쓴 돈이 20만 유로 이상이면 ‘트라이아웃을 도대체 왜 한 것인가’라는 근본적 의문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OK저축은행은 이미 기존 외국인선수 마르코 보이치에게 트라이아웃 연봉 30만 달러를 보장했을 것이다. 체제비용, 항공비, 통역 등을 고려하면 외국인선수 1명에게 40만 달러는 들어간다고 봐야한다. 여기다 잔여시즌을 뛸 새 외국인선수 모하메드 연봉으로 15만 달러 이상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적료까지 들어간다. “이럴 바에는 자유계약 제도 아래에서 특급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차라리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배구계에서는 연봉 50만 달러를 감당하면 시몬, 그로저급 외국인선수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아무리 특급선수라도 부상이나 예상 밖 변수로 교체 리스크가 없진 않다. 그러나 ‘트라이아웃에서 뛰는 선수의 몸값이 적정하느냐’는 의문은 별개의 문제다. 익명의 배구계 인사는 “‘트라이아웃을 통해 입단하느냐’는 자존심 문제 탓에 KOVO로 안 오는 것이지, 외국인선수들에게 30만 달러 몸값도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말한다.

V리그가 ‘이러려고 트라이아웃 했나’라는 자괴감에 빠지지 않으려면 제도의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비용 절감이 아닌, 비용 대비 효율성에 목적을 둬야할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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