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톡 진단&전망] (6) LG-양파고의 반전 드라마는 반짝일까, 진행형일까

입력 2016-12-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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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예상 깨고 포스트시즌 진출 반전
성공적 리빌딩+호성적 두 마리 토끼 잡다
시작부터 끝까지 논란이 된 이병규(9번)
디테일과 뚝심, 양파고가 된 양상문 감독
차우찬의 영입 여부에 2017시즌 달렸다

스포츠동아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2016시즌을 되돌아보고, 2017년과 그 이후를 전망하는 시리즈 ‘LIVE톡 진단&전망’을 연재한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기사형식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구성으로 스포츠동아 야구담당 기자들이 인터넷 채팅을 통한 자유로운 발언으로 토해낸 내용을 편집 없이 날 것 그대로 담았다. 6회는 LG 담당 홍재현 기자가 이재국(차장), 김영준·이경호·이명노·강산·고봉준 기자를 대화창에 초청했다.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가 롯데에 4-1로 승리하며 4위를 확정지은 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전문가 예상 깬 쌍둥이군단의 가을야구


홍재현(이하 현)=다시 돌아온 LIVE톡, 이번에는 LG편입니다. LG는 지난해 9위에서 올해 정규시즌 4위로 올라섰고, 가을야구에서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며 유광점퍼를 입은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올해 LG를 상위권으로 예상한 전문가가 전무할 정도로 의문부호가 많았는데요. 반전을 일군 LG, 어떻게 보세요?


이경호(이하 호)=전 사실 개막에 앞서 한 방송에 출연해 LG의 예상승수를 9위로 전망했어요. 욕 많이 먹었는데…. 그때는 리빌딩 모드로 봤기 때문에 성적을 낼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많았죠. 외국인투수도 결정이 늦었고.

현=사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LG를 상위권으로 예상한 전문가가 거의 없었죠.


김영준(이하 준)=또 무슨 사고를 칠까 이런 걸 오히려 걱정했었죠.ㅎ


이재국(이하 국)=LG 담당 홍재현 기자가 유일했던 것 같은데ㅋㅋ 그때만 해도 ‘에이~ 설마’ 하는 분위기였죠.

현=제가 상위권으로 예상했다가 담당기자의 편애라고 구박을 받았던 기억이…. 사실 스프링캠프부터 봐온 LG는 팀 분위기가 예전과 확연히 달랐어요. 선수들이 의욕적이라고 할까. 그런 부분이 긍정적인 요소였어요.


이명노(이하 노)=전 LG만 빼고 나머진 얼추 맞춘 것 같은데…. LG는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설마 4위를 할 줄은…. 추락까지 했던 팀이.


강산(이하 산)=사실 잠실구장에 플래카드가 걸릴 때만 해도 절망적이었어요.


고봉준(이하 봉)=그렇죠. LG가 전반기만 해도 좋진 않았어요. 4~5월까지는 5할 승률(22승22패)을 근근이 유지했는데 6월부터 10승15패를 하더니 7월에는 8승14패로 뚝 떨어졌어요. 결국 7월에 이병규 1군 콜업 여부와 맞물려 추락하는 팀 성적 때문에 양상문 감독 퇴진 플래카드가 잠실구장에 붙었습니다.

노=양상문 감독 자르라고 플래카드 걸렸는데…. 결국 명장으로 마무리! ‘양파고’로 등극했죠.

준=그 이후에 치고 올라왔지.

현=주장 류제국 말로는 플래카드 사건 이후 오히려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당시 류제국이 인터뷰를 통해 양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면 LG는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하고 다시 무너졌을지도 모릅니다.

전 LG 이병규. 스포츠동아DB



●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논란에 선 이병규(9번)

호=2013년 두산과 2016년 LG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김동주와 이병규예요. 김진욱 감독도 김동주를 안 쓰고, 양파고도 이병규를 1군에 콜업 안 하고…. 여기에 담긴 상징성이 굉장히 커요. ‘내가 감독이다!’

산=남들이 뭐라 해도 마이웨이! 이게 쉽진 않잖아요.

노=양상문 감독의 결단력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결과로 보여줬으니…. 만약 결과가 안 나왔으면 엄청난 후폭풍이 있었겠지만….

호=양파고가 그걸 밀어 붙였기 때문에 플래카드니 뭐니 리더십에 영향이 없었죠.

현=하지만 양상문 감독도 플래카드가 걸리기 전까지 ‘욕받이 무녀’였어요.

준=프런트는 감독 뒤에 숨고…. LG 프런트는 참 일하기 쉬워.ㅎ

노=이번에도 프런트는 비겁하게 뒤로 숨었죠. 감독이 총알받이.

현=맞습니다. 구단이 모두 감독에게 떠넘기는 형국이었어요. 지난해 성적이 나지 않았을 때도 구단의 입장은 “감독을 전적으로 밀어주고 있다”였죠. 현장과 함께 일을 해결해나가는 게 구단인데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지우는 태도를 보였어요.

국=개인적으로 양상문 감독이 팀 리빌딩에 대한 노선이 확실한 건 인정하지만 이병규라든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와 이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쉽습니다. 이병규는 LG 팬들과 만들어온 20년 재산이자 추억이잖아요. 하다못해 LG 구단버스에 적토마 그림 그려 넣어서 9월에 전국투어를 했으면 그것 자체로 마케팅이고 역사가 될 수도 있는데…. 기껏 20년간 포장하고 스타 만들어서 마지막에 활용조차 못하고 폐기한 느낌이라….

노=메이저리그처럼 전 구장 방문 은퇴행사ㅋㅋ

국=이병규뿐만 아니라 김광삼도 마찬가지야. 김광삼도 20년 가까이 LG에서 뛰었던 선수잖아요. 최근 몇 년간 야구를 잘했든 못했든 그 정도 한 팀에서 뛴 선수라면 적어도 방출명단에 이름 하나 올려서 은퇴 알리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요.

준=은퇴할 권리….

노=김광삼도 올해 2군에서만 던지고, 기회가 없었죠.

현=양상문 감독이 팀을 개선하는 추진력은 있지만 고참들과 사이가 좋지 않죠. 프랜차이즈 스타와의 이별은 참 어려운 부분인데 구단과 현장이 말을 맞춰서 잘 준비했으면 이렇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노=참 풀기 어려운 숙제 같아요.

준=사실 선수는 프런트가 은퇴시키는 거예요. 근데 이병규 정국에서 LG 프런트는 의도적으로 존재감이 없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직무유기에요.

호=제가 듣기로는 그러지 못한 사정이 있었어요. 이병규는 양상문 감독이 추구하는 시스템과는 맞지 않는 스타일이었어요. 대신 류제국이 잘 맞았던 거죠.

현=그렇습니다. 사실 올해 성적이 난 건 주장 류제국의 역할이 컸다는 내부평가가 많았죠. 양상문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이병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병규와 사이가 나쁠 게 없다. 팀 체질 개선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었고 선택을 했어야한다. 하지만 나는 감독이기 전 야구선배다. 이병규가 감독에게 찾아와 의견을 나눴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더군요.

호=그렇죠. 그것도 포인트죠.

LG 양상문 감독. 스포츠동아DB



● 디테일+뚝심=‘양파고’가 된 양상문 감독

현=감독은 선택을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병규를 1군에 올리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부분이 양상문 감독이 LG 사령탑을 맡으면서 지향하는 방향성이었던 것 같고…. 양 감독이 LG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떻게 보세요?

호=김기태 감독(KIA)과는 정반대 스타일인 것 같아요. 양 감독은 똑똑해요. 올 시즌 성공으로 확실한 리더십을 구축했고, 자기가 선택해서 키운 선수들로 전력을 구성했네요. 코칭스태프도 안정적이고, 말 통하는 선수 출신 단장도 왔고….

노=‘양파고’란 별명이 잘 어울리게 됐네요.

산=확실한 건 양 감독은 부임할 때 가졌던 그 마음 변치 않고 밀어붙이고 있는 자체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단적인 예로 처음에는 자주 흔들리던 임정우를 마무리 보직에서 해고 안한 것도 양 감독의 결단력을 보여준 좋은 예죠.

현=사실 아무리 감독이 리빌딩을 천명했어도 선수가 성장하기까지 기다려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게다가 LG는 워낙 시끄러운 구단이라 인내하는 게 쉽지 않은데 양 감독은 모든 것을 감당하고 성공적으로 시즌을 치렀습니다.

노=(구본준) 구단주의 믿음? 확실한 변화인 것 같아요. 이래라 저래라 리모콘으로 TV채널 돌리듯 하다가 자동채널 버튼 누르고 알아서 잘 하시라!

현=ㅋㅋㅋㅋ그렇지요.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호=소문이 쫙 났었죠. 구단주가 완전히 힘 줬다고!

봉=선수단에게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으리라 봅니다. 그 소문은.

준=LG는 이 팀의 권력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는 팀인데 그 점에서 감독의 힘을 보여줬죠.

LG 허프-류제국(오른쪽). 스포츠동아DB



●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 보여줬던 LG

현=LG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양상문 감독이 큰 경기에서 승부사로서도 면모를 과시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산=분위기부터 달랐어요.

국=양 감독이 2014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승부처에서 과감하면서도 치밀하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죠.

준=허프-류제국 버프가 컸죠.

현=심지어 류제국은 당시 어깨가 아팠다고 하네요.

봉=아픈 데도 2경기를 완벽하게 막았네요.

호=저는 투수도 그렇지만 포수 쓰는 게 참 예술이던데요. 정상호 활용법, 유강남 투입시점 등.

현=그 덕분에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정상호를 32억원이나 주고 데려온 이유를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았죠.

노=투수출신의 섬세함일까요? 포수 키우기가 참 힘든데 유강남을 키워가는 모습은 바람직한 것 같아요. 상당히.

준=근데 양 감독이 디테일한 지도자라는 데에선 평이 갈려요. 개인적으로 디테일한 전술가는 아니라고 봅니다.

현=이유가 뭔가요. 양 감독은 시즌 내내 데이터 중심으로 선수를 기용했습니다.

준=데이터로 말할 수 없는 순간의 섬세함에서 논하자면 뚝심과지. 가령 플레이오프에서 유강남이 출루했을 때 대주자를 안 쓴 것이라든지 이런 건 벤치미스라고 봐야죠. 시즌 중에도 고의4구 작전 등은 논란의 여지들이 있었죠. 결국 감독은 전략과 배짱, 그리고 분위기를 만드는 힘에서 리더십이 나오는 건데 양 감독을 과소평가하는데 동의하지 않지만 과대평가도 금물이에요. 감독이 엉망으로 해도 선수가 잘하면 명장이 되거든요.

호=전 신선했어요. 하나의 팀이다. 이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오지환을 그냥 밀어 붙이는 것도 그렇고.

노=LG라는 팀에서 그건 참 인상적이에요. 감독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팀인데…. 양 감독의 야구는 불필요한 디테일을 제거한 뚝심인 것 같아요. 사실 디테일, 디테일하면서 정말 쓸데없이 작전을 구사하는 감독들도 있잖아요. 양 감독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부족한 걸 감안했을 때 앞으로 개선될 여지는 많다고 봐요.

산=LG 감독을 하면서 2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공체험은 앞으로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현=저 역시도 올해 성적을 내면서 가끔 알 수 없는 선수기용과 작전구사로 의구심을 품었던 선수들이 양파고의 야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입니다.

노=결과가 나오면 믿죠. 사람들은. 선수는 물론이고 팬, 언론도.

산=개인차가 있겠지만 ‘도련님 야구’라는 이미지도 어느 정도 희석되지 않았나요.

현=이천웅 김용의 채은성 등 새로운 인물들이 몸을 사리지 않는 야구를 보여줬죠.

국=어쨌거나 2014년 뚜벅뚜벅 한 계단씩 걸어서 가을잔치에 간 부분이나, 올해 누구도 예상 못한 포스트시즌 진출, 거기에 플레이오프까지 치고 올라간 모습에서 팬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만한 요소들이 충분했다고 봅니다.

LG 신정락. 스포츠동아DB



● 우규민 떠났지만 차우찬-신정락?

현=2016시즌은 성공적이었지만 2017시즌은 또 다른 얘기라고 봅니다. 일단 스토브리그에 출혈이 있었습니다. 선발진의 한 축이었던 우규민이 삼성으로 이적했죠.

호=우규민이 갔지만

노=차우찬이 있죠!

호=또 다른 사이드암투수도 와요. 신정락이 오니까 우규민의 출혈을 감수한 듯해요.

노=데이비드 허프-헨리 소사-차우찬-류제국-신정락. 아~꿈같네요.

호=선택과 집중. 5인 로테이션 완료!

봉=류제국이 4선발이 되나요?ㅋㅋ

현=선발진만 보면 정말 강팀이네요. LG의 내년은 어떻게 보세요?

국=차우찬 잡았냐? 차부터 확실히 잡고 나서 얘기하자고요.ㅋㅋ

호=차우찬이 들어가면 성적이 날 겁니다. 리빌딩 과정에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했잖아요. 좋은 포수도 키웠고, 마무리도 키웠고, 이동현도 불펜에 있고…. 특히 잠실구장에 맞춰서 어깨 강한 외야수들을 키운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노=선발-불펜-포수-타선 등등 요소요소 좋네요.

현=마운드는 높은데 역할을 해준 채은성 이천웅 같은 타자들이 내년에 올해만큼 해줄 수 있느냐도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타선에 2년차 징크스를 겪을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서 불안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송구홍 단장도 그 부분은 걱정하더라고. 젊은 선수들이 올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기는 했지만 적어도 3년 정도는 잘 해야 계산이 선다고. 올해 잘했으니 내년엔 더 잘하겠다는 기대보다, 2년차 징크스처럼 내년에 고전할 선수들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플랜을 짜야한다고.

노=솔직히 타선은 강한지 모르겠어요. 아직까지. 가능성이 있는 거지.

봉= 다른 상위권팀들에 비해 클린업트리오가 약해요.

산=히메네스가 2015시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해준 것도 컸는데 지난해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호=히메네스가 커요. 올 시즌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활약했던 박용택도 이제 서른아홉입니다. 히메네스가 잘 하면 박용택도 잘하고 채은성도 잘하고 홈런도 10개씩 더 쳐요

현=2017년 LG의 마운드는 좋으나 타선은 아직 의문이라는 말씀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LG에 대한 솔직한 평가 감사드립니다. 이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한줄평 부탁드립니다.

노=이젠 정말 달라졌다. 암흑기를 앞둔 팀들이여, 10년 고생한 LG를 보고 배워라.

호=완성된 양파고의 트윈스

산=플루크가 아닌 꾸준함이라는 걸 증명하라

준=플래카드도 타이밍입니다.

국=11년 연속 가을잔치 못나갔던 암흑기에 LG 팬들에게 준 상처를 잊지 말자. 앞으로 10년 연속 가을잔치 가야 본전이다!

봉=이병규 떠나보낸 LG팬들에게 보답은 성적뿐이다.

현=감사합니다. 이상 대화를 종료합니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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