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만나다 ①] ‘복면’ 노시용 PD “시청률보다 출연자가 빛나야”

입력 2016-12-14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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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 예능 PD는 MBC ‘일밤-복면가왕’ 첫 방송을 보고 난 후의 감상을 묻자 “이길 수 없는 프로그램 같았다”고 답한 바 있다. 그는 “한 회당 시청자들에게 대여섯번씩 놀라움을 주는 예능은 만들기란 쉽지 않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복면가왕’은 관찰 예능, 리얼 버라이어티가 판치는 요즘 예능계에 거의 유일한 종합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음악 예능으로서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복면 가수들의 개인기, 연예인 판정단의 토크가 더해져 일요일 저녁 안방에 웃음을 선사한다.

이에 대해 ‘복면가왕’ 연출을 맡은 노시용 PD는 “우리는 엄연히 ‘일밤’에 소속된 프로그램으로서 전 세대를 만족시켜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가족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기에 느끼는 부담감이자 책임감이다.

“그래서 늘 복면 가수 섭외에 신경을 써요. 특정 연령대만 아는 분들만 섭외해선 가족 단위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은 ‘가족들이 서로에게 가면을 벗은 복면 가수가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만들자’는 의도로 기획됐어요. 그러니 섭외가 중요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에 섭외에 비중이 큰 만큼 그 과정은 쉽지않다. 오랫동안 무대에 서지 않았던 연예인일수록 ‘복면가왕’ 출연을 어려워하는 것도 현실.

“분명히 부담스러워 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믿음을 드리고 다른 복면 가수들이 우리 무대에서 자신의 장점, 매력을 어필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출연을 승낙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복면가왕’은 ‘나가수’처럼 가창력을 겨루는 곳이 아니에요. 노래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 자세히 보시면 개그도 있어요. 큰 부담 갖지 말고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와주셨으면 해요.”

이처럼 ‘복면가왕’ 출범 당시 출연자를 우위에 둔 마음가짐은 민철기 PD를 거쳐 노시용 PD의 연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부분을 ‘창의성의 부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늘 반복되는 전개가 펼쳐진다는 지적이다.

“‘복면가왕’ 자체는 바꿀 수 없는 큰 틀이 있어요. 그 안에서 디테일한 변화를 많이 주죠. 예를 들면 복면 가수의 복면을 어떤 스타일로 갈 것인지, 어느 가수와 듀엣을 시킬지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거든요. 일부 예능에서 PD들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있지만 ‘복면가왕’은 연출자의 욕심보다는 출연자를 어떻게 빛나게 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한 프로그램이에요.”

노시용 PD가 이렇게 뒤로 물러나 전체적인 과정을 조율하는 가운데 그를 대신해 프로그램의 감칠맛(?)을 더하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MC 김성주와 연예인 판정단에 속한 김구라다.

“우선 김구라 씨는 진짜 복면 가수의 정체를 진지하게 맞추려고 나오시는 분이에요, 심지어 잘 맞추잖아요? 김구라 씨는 추리력과 정보력을 다 갖춘 인물이에요. 또 김성주 씨는 제작진의 편에 서서 프로그램을 물 흐르듯이 이끌어 줘요. 시청자들게 복면 가수의 정체를 맞추라고 힌트를 주기도 하고 연예인 판정단의 추리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역할도 하죠. 두 분의 호흡이 정말 잘 맞아요.”

‘복면가왕’은 이처럼 다양한 요소와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음악 예능인 동시에 추리 예능이라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여기에 경쟁 대신 감동을 밀어 넣었고, 가창력 대신 이야기를 버무려 냈다. 그렇게 차지한 일요 예능의 왕좌다.

“그래도 ‘꼭 이 자리를 끝까지 지켜야지’, ‘경쟁에서 이겨야지’라는 생각은 안해요. 다만 앞으로 오실 복면 가수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잘 전달할지에 대해선 더 고민할 생각이에요. 노래도 좋고 숨은 재능도 좋고 본인의 이야기도 좋아요. 저희 무대에서 펼쳐 보이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가벼운 마음으로 나와 주세요. ‘복면가왕’ 제작진이 정성을 들여 꼭 빛나게 해드릴게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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