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맛, 나만의 감성…황홀한 길 위의 유혹

입력 2016-12-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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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맛과 멋 ▶▶▶ 망리단길. 미술랭 1스타 중식당 ‘진진’

■ 서울 미식로드 핫 플레이스를 찾아서…

‘OOO길’, ‘OOO로드’. 인터넷에서 서울 맛집을 검색하다 보면 자주 눈에 띄는 수식어다. SNS나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탄 음식점이나 트렌드를 주도하는 개성 있는 점포들이 특정 지역에 모여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얻은 명칭이다. 예전 먹자골목들과 다른 점은 오랫동안 한 곳에서 영업한 유서 깊은 노포(老鋪)보다 싼 점포세나 동네 분위기를 선호해 모여든 새로운 집들이 주류라는 점이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카페나 패션, 디자인샵 등이 어우러져 나름 독특한 지역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전에 없던 모습이다.

비록 자세한 탄생배경이나 특징까지는 모르더라도 이제 각종 ‘미식로드’의 맛 집 한 두 개 정도는 알고 있어야 주위로부터 ‘센스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주목받는 서울의 미식로드들을 정리했다.

2만원대로 즐겨라 ▶▶▶ 샤로수길. 샤로수길 전경


뜨는 핫 플레이스:망리단길 샤로수길 한남대로길, 남산 소월길

망리단길은 합정동과 맞닿은 망원1동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곳이다. ‘망원동+경리단길’에서 유래한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경리단길에서 하나 둘씩 옮겨온 상점들이 망원동과 합정동 일대에 자리 잡으면서 생겨났다.

연남동처럼 주택가 사이사이에 가게들이 있어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특징.

미슐랭 1스타, 라 리스테 톱1000 등의 해외 미식차트에 이름을 올린 중식당‘진진’이 간판스타다. 거품 뺀 모던한식을 표방한 ‘웍스나인’, 짜글이정식, 명란버터밥의‘태양식당’등도 인기가 높다.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 앞의 작은 골목을 가리키는‘샤로수길’은 서울대 로고와 비슷한‘샤’란 글자에 가로수길을 합성했다. 대학 근처 맛집로드 답게 2만 원대의 가성비 높은 가게들이 대부분. 파인다이닝보다는 부담 없는 캐주얼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이태원 못지않게 일본, 이탈리안, 스페인, 태국 등 이국적인 메뉴의 식당들이 많다. 돔베고기와 고기국수의 ‘제주상회’, 스페인 타파스 전문점 ‘모즈 타파스 라운지’, 태국식 닭구이 까이양, 솜땀의 ‘반 까이양 55’, 일본 가정식 ‘키요이’, 마라탕, 꿔바로우의 중식당 ‘몽중인’ 등이 대표적이다.

낮과 밤이 다른 길 ▶▶▶ 한남대로길. 한남대로길 터줏대감 ‘한남북엇국’


한남대로길은 한남대로 18길과 20길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개성 넘친 바와 브런치 식당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은 낮과 밤 분위기가 꽤 다르다. 낮에는 멋진 디자인의 브런치 전문점을 찾는 트렌드 세터들이 많다면, 밤에는 LP바와 위스키바, 수제맥주집들이 성황을 이룬다. 10여 년 전에 문을 연‘한남북엇국’이 터줏대감이다. 간판은 북엇국이지만 문어숙회부터 육전, 묵은지 돼지찜 까지 술과 곁들이는 일품요리를 다 갖추고 있다.

옥상에서 즐기는 맛 ▶▶▶ 남산 소월길. 태국식 퓨전 루프탑 바 ‘피피서울’


한남대로길, 경리단길과 가까운 남산 소월로도 신흥 미식로드다. 이태원 지역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대체상권으로 주목받으면서 맛집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범 이태원지역’이다보니 역시 이국적인 메뉴와 세련된 카페들이 많다. 특히 소월로 44가 길에 모여 있는 루프탑 가게들은 인기의 주역들이다. 건물 옥상에서 남산과 서울의 야경을 보면서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베트남 음식점‘FP 호이’와 태국음식을 파는 루프탑 바 ‘피피서울’등이 유명하다.

맥주 마니아의 성지 ▶▶▶ 경리단길. 피자와 맥주로 승부 ‘더 부스’



● 이제는 대세:경리단길, 연남동

경리단길은 미식 프로그램이나 젊은층의 트렌드를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단골 촬영지다. 피맥(피자+맥주)과 자체 브랜드를 가진 독립 브루어리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맥주 마니아의 성지다. 수제버거 팬에게도 필수 방문코스. 이태원이란 지역이 가진 이국적인 분위기에 걸맞게 다양한 세계요리를 맛볼 수 있다. 치열한 경쟁만큼 가게들의 흥망성쇠가 빈번하지만, 골목 초입을 굳건히 지키는 ‘더 부스’와 ‘맥파이’는 이곳을 찾으면 꼭 한 번 들려볼만 하다.

와인과 한식의 재미있는 만남▶▶▶ 용강동 한식 주점 ‘락희옥’


연남동은 골목 구석구석에 숨은 가게들이 세련된 스타일과 우아함보다는 자기만의 개성이 담긴 새로움과 특이함을 지향하는 것이 매력이다. 대로변‘툭툭 누들타이’는 서울 대표적인 태국 음식점 중 하나로 예약이 힘들기로 유명하다. 중식당 ‘하하’는 미식 프로그램에 명품만두집으로 등장해 요즘 인기가 급상승했다. 다른 곳에 비해 ‘밥해주는 남자’, ‘코리아식당’ 등 한식을 테마로 한 식당이 꽤 있다. 음식점 외에 예쁜 공방과 ‘낙랑파라’ 같은 오붓한 카페가 이 지역을 찾는 또 다른 재미다.


● 그 외 주목할 다크호스:용강동 음식문화거리

관습적으로 골목이라 표현하지만 사실 왕복 4차선의 제법 큰 도로 주변이다. 마포역 1번 출구에서 용강동 신석초등학교까지 토정로 주변에 맛집들이 몰려 있다. 신흥지역이 아니라 마포주물럭, 양지설렁탕, 부영각 등 오랜 역사의 집들이 제법 있다. 맛집골목 성격이 강해 그동안 치킨집과 고깃집이 많이 몰려 있었으나, 얼마 전부터 모던한식 주점 ‘락희옥’, 막걸리와 생맥주, 싱글몰트 위스키를 함께 취급하는 ‘이박사의 신동막걸리’, 양대창 전문 ‘청춘구락부’ 등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한결 젊어졌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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