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문근영이 질투한 ‘로미오’ 박정민의 미친 연기력

입력 2016-12-22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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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문근영이 질투한 ‘로미오’ 박정민의 연기력

박정민은 캐릭터와 혼연 일체돼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일 줄 아는 배우다. 올해 그는 영화 ‘동주’ 송몽규로 분해 엄청난 역량을 보여줬고 청룡, 백상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tvN 불금불토드라마 ‘안투라지’에선 차영빈(서강준)의 매니저 이호진 역을 맡았다. 드라마는 시청률 수치 면에서 굴욕을 맛보고 있지만 ‘박정민만큼은 살아남았다’는 평가다.

현재 박정민은 이 놀라운 능력을 연극 무대에서 발현하고 있다. 청춘과 비극, 운명적 사랑의 상징인 로미오로 빙의한 박정민은 세계 최초로 구수한 청년 로미오를 만들어냈다. 박정민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에 처음 등장하자마자 “청춘이란 참혹하다”는 참으로 문어적인 대사로 웃음을 자아낸다. 박정민 역시 “원작 문장을 가져가자는 의도였다. 문어체를 구어, 말하는 것처럼 연기해야하지 않나. 그렇다보니 의도치 않게 로미오의 캐릭터가 만들어졌고 우리 연극의 재미 요소가 되더라”라고 구수한 로미오를 설명했다.

“참 어려운 작품이에요. 저는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번에 처음 제대로 작품을 알아가고 있죠. 공연 대본을 읽었을 때는 ‘이게 뭐야’라고 했어요. 요즘 작품과 달리 개연성 없이 사건만 갑자기 마구 발생하잖아요. 배우들이 채워야하는 여백이 많더라고요. 부담스러웠죠. 상대방과의 호흡 등으로 채우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1막에선 코미디적인 부분이 많이 보였어요.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원작대로 하다보니 그게 재미 포인트가 돼 버리더라고요.”

사진제공=샘컴퍼니


“무대에서 'NG'를 외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며 박정민 본인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끼고 긴장했겠지만 관객 입장에서 박정민표 로미오는 흥미로웠다. 이처럼 호연이 가능한 배경은 대본에 있었다. 줄리엣으로 분한 문근영조차 박정민 대본에 무엇이 써져 있는지 궁금해 할 정도다. 문근영은 “박정민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자극을 엄청 받는다.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표현하니까 질투도 난다”고 박정민을 극찬했다.

“대본을 봤는데 (박정민: 형편없었지?) 아니, 놀랐어요. 지문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적어놨더라고요. 이렇게 연기하기 때문에 이 친구는 깔끔하고 명확하게 연기하는 구나 싶더라고요. 자극을 받았습니다. 저는 마음으로 접근을 하니까 뭉뚱그리게 표현할 줄만 알아요. 박정민처럼 정확하게 연기할 필요가 있는 거죠.” (문근영)

이에 대해 박정민은 “아니다. 문근영은 동갑이지만 선배다. 특히 감정이 너무 좋은 배우”라고 화답하며 쑥스러워했다. 박정민은 ‘정민아 나는 네가 로미오 마음을 더 이해했으면 좋겠어’라는 문근영 조언에 ‘아차’ 싶었다. 그는 “이게 기본인데... 나는 대사, 말에 치여 있었고 본질 없는 것들만 깨알같이 가득 적어놨더라. 그 다음 날부터 감정을 느끼려고 했다. 배우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지만 정말 감사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제공=샘컴퍼니


무대의 막이 내려갈 때까지 박정민은 시행착오를 경험할 것이다. 완벽한 무대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각오했다.

“고민하고 좌절하는 거 자체가 행복한 일인 거 같아요. 지금까지 살면서 이정도로 치열했던 적 별로 없었거든요. 좋은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실패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려는 노력 자체가 어쩌면 당연히 경험해야하는 일이잖아요. 회피하고 할 만큼만 하자 했던 순간도 있었는데 이 공연에선 용납이 안 되죠. 총알을 우리 둘이 다 맞고 있어요. 하지만 일단은 재미있습니다. 무대에서 쓰러져도 여한이 없게 쏟아내겠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박정민과 문근영 주연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2016년 12월9일부터 2017년 1월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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