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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임자 없다”…후보자 등록 난항
한국프로축구연맹을 이끌 제11대 총재는 누가 될까.
2013년부터 제10대 수장을 맡은 권오갑(65) 총재가 일단 연임 고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의 뒤를 이을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프로축구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제11대 총재 선출을 위한 후보자 등록은 27일 이미 시작됐다. 마감은 내년 1월 2일 오후 6시다.
2013년 추대 형식으로 취임한 권 총재는 그동안 승강제를 정착시키고, 구단별 연봉·입장권 객단가 등 각종 지표의 공개를 통해 투명한 리그 운영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심판 비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더욱이 자신이 사장을 지낸 현대오일뱅크가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도록 하는 등 연맹의 재정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올 10월 현대중공업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바쁜 회사 일정을 이유로 연맹 총재직 연임에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맹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권 총재의 뒤를 이을 마땅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맹 관계자는 28일 “후보자 등록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역량을 갖춘 분이 출마할지는 미지수다”고 밝혔다.
연맹은 이미 이사회를 통해 여러 기업구단주들에게 총재를 맡아줄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으나, 부정적 답변만 돌아왔다. 현재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피해자이면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처지라 유수의 기업구단주들이 선뜻 연맹 총재를 맡겠다고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 총재가 수년째 현대오일뱅크의 타이틀 스폰서 유치를 통해 매년 수십억원대의 자금을 지원했듯, 새 총재 또한 타이틀 스폰서라는 재정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연맹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타이틀 스폰서 확보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수월하지 않은 형편이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프로축구계에선 후보자 등록기간에 ‘적임자가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만약 역량이 떨어지는 후보가 단독 출마한다면, 찬반투표로 진행될 내년 1월 16일 총재 선거에서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현재 연맹의 정관상 후임 총재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에는 권 총재는 임기 만료 후라도 새 총재 선출 전까지 그 역할을 수행하도록 돼 있다. 저간의 사정을 고려해 권 총재가 뜻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새해를 앞두고 수장 찾기가 프로축구계의 큰 숙제가 되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