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투산] WBC 중국대표팀 승선한 주권 “선입견 걱정했지만…”

입력 2017-02-05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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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주위의 시선 걱정돼 중국 유니폼 끝까지 고민
-캠프까지 찾아온 중국의 적극 공세에 결국 마음 돌려


kt 우완투수 주권(22)이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국대표팀에 승선한다. 그간 합류 여부에 대해 거절의사를 분명히 했던 주권은 중국 측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결국 마음을 돌려 WBC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1995년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권은 2005년 고향(중국 지린성)을 떠나 한국으로 건너와 2년 뒤 귀화를 택했다. 현재 주권의 국적은 한국이지만, WBC는 ‘(조)부모 중 한 명의 국적으로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중국은 지난해 12월 주권의 합류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승선 제의를 받은 주권은 그러나 거절의사를 정중하게 내비쳤다. WBC라는 꿈의 무대에 참가하고 싶지만, 아직 프로 초년생인 만큼 시즌 준비에 전념하겠다는 것이 거절의 배경이었다.

그런데 이달 들어 기류가 급격하게 바뀌었다. 존 맥라렌 중국대표팀 감독이 직접 kt 스프링캠프지를 찾아와 설득에 나선 것이다. 맥라렌 감독은 2일(한국시간) kt의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kt 김진욱 감독을 만나 주권의 합류를 다시 한번 타진했다. 김 감독을 비롯한 kt 측은 선수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뜻을 밝힌 뒤 다음날 주권에게 해당 내용을 전했다. 하루 동안 고민을 거듭한 주권은 결국 마음을 돌려 중국대표팀에 합류하겠다는 답을 4일 전달했다. kt는 선수의 뜻을 받아들여 5일 대표팀 승선을 최종 재가했다.

WBC 합류가 결정된 5일 kt의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주권은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몸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대회에 나서기 어려웠지만, 스프링캠프에 와보니 한 경기 정도는 뛸 수 있겠다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직접 이곳까지 찾아와주신 데다 구단에서도 출전을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마음을 돌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간의 마음고생도 함께 전했다. 주권은 “사실 WBC에 선뜻 나서겠다고 말하지 못한 이유는 주위의 시선 때문이었다”면서 “내가 만약 중국 유니폼을 입고 WBC에 출전하면 앞으로 나를 보는 시선에 선입견이 생길까 두려웠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그러나 소중한 기회를 쉽게 흘려보낼 수 없었고, 고민 끝에 중국 유니폼을 입기로 결심했다.

출전을 흔쾌히 허락한 김진욱 감독은 주권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김 감독은 “본인으로선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좋은 쪽으로 생각을 돌려 기특하다”며 “국제대회는 선수로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주권이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단계 발전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회 준비다. 주권은 “다행히 현재 컨디션이 70~80% 올라온 단계라 대회 준비엔 차질이 없을 전망”이라며 “몸을 완벽하게 만든 뒤 중국대표팀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권은 이번 캠프 첫 불펜피칭이 있던 5일, 실전 못지않은 공을 뿌리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기도 했다.

주권이 합류하는 중국대표팀은 3월8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사흘간 쿠바~호주~일본과 1라운드를 치른다. 대진표 구성을 전해들은 주권은 “어느 경기에 나서든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왕이면 일본대표팀을 상대로 던져보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나타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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