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극낭자들의 천적…北 에이스 라은심 은퇴

입력 2017-02-06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라은심(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윤덕여(56) 감독의 여자축구대표팀은 4월 북한에서 2018여자아시안컵(요르단 개최) B조 예선을 치른다. 인도, 홍콩, 우즈베키스탄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대들이지만, 4월 7일 맞붙을 북한이 걱정스럽다. 남북통일축구 등 기존의 친선경기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낯선 환경에서 북한을 넘어야만 아시안컵 본선 출전이 가능하다. 더욱이 내년 아시안컵 본선은 2019프랑스여자월드컵의 아시아 예선을 겸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과의 역대전적에서 1승2무14패로 절대열세에 놓여있다. 2013년 출범한 ‘윤덕여호’도 1무3패로 북한의 벽을 한 번도 넘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북한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오랜 시간 북한여자축구의 ‘에이스’로 활약한 라은심(29·압록강체육단)의 은퇴다. 아시아축구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5일 “라은심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대표팀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현역에서 완전히 물러났는지의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소속팀 개념이 그리 크지 않은 북한스포츠의 특성상 완전히 유니폼을 벗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라은심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03년 10월 제주 서귀포에서 펼쳐진 남북친선경기에서였다. 당시 2골을 몰아치며 북한의 4-0 대승을 이끈 라은심은 이후 동아시안컵, 아시안게임, 올림픽 예선 등 굵직한 국제대회 때마다 태극낭자들을 괴롭혔다. 특히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준결승(1-3 한국 패)에서의 2골, 2012런던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2-3 한국 패)에서의 1골은 한국 입장에선 몹시도 뼈아픈 실점들이었다.

물론 변수는 있다. 4월 아시안컵 예선에 대비해 김광민 북한여자대표팀 감독이 ‘한국에 강했던’ 베테랑을 다시 호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은심은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원정을 준비 중인 윤 감독이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세대교체를 잠시 미룬 이유 또한 북한처럼 이번 아시안컵 예선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다. 남북이 동반 출전할 3월 키프로스 친선대회는 라은심의 은퇴 여부를 비롯한 서로의 전력을 미리 탐색해볼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