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500만 돌파③] 김소진, 남배우들 속에서 발견한 진주 같은 여배우

입력 2017-02-06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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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정우성을 보러 ‘더 킹’(감독 한재림)을 보러 갔다가 극장에 나오면 누군가는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여자 검사는 누구야?”

‘더 킹’에서 세상을 쥐락펴락하며 모든 향락과 유흥을 즐기고 권력을 펼치는 비리검사 한강식(정우성 분)을 잡기 위해 박태수(조인성)와 맞붙고, 또 태수가 권력의 손길에서 떨어져 나갔을 때 함께 손을 잡으며 세상을 바로잡는 안희연 검사를 연기한 배우 김소진을 말하는 것이다.

극 중에서 ‘정의’를 위해 자신의 상사도 감옥에 넣은 검사라고 소개된 안희연 역을 맡은 김소진은 ‘더 킹’에서 관객들에게 굉장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 이유는 권력 앞에 눈 깜짝하지 않고 소신 있는 행동으로 극의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시원함을 줬기 때문이다. 특히, 한강식을 잡아야 한다고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에서는 “검찰 역사에 이 정도 쓰레기들이 있었습니까?”, “쪽팔려서 검사하겠습니까? 착한 사람들 옷 벗기기 전에 이 사람들 옷 벗기시죠”라는 대사는 보는 내내 쌓였던 울분을 한 방에 날려주는 통쾌함까지 선사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정의와 국민의 편이 돼주고 있는 안희연 검사는 관객들에게 눈이 띌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

이를 더해, 김소진의 연기력 역시 호평 받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김소진은 이미 연극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배우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을 밟았다. 현재 송강호, 이성민, 전혜진 등을 탄생시킨 극단 차이무 소속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뮤지컬 ‘그날들’, 연극 ‘꼬리솜 이야기’, ‘원파이 데이’, ‘만추’ 그리고 최근에는 박소담과 배성우가 출연해 화제가 됐던 연극 ‘클로저’에 출연하는 등 대학로를 굳건히 지키는 배우다. 이에 대학로를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을 보고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원래 잘 하는 배우였으니까.

영화에서 종종 모습을 내비쳤던 김소진이 관객들의 눈에 들어온 시기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이다. 극 중 하정우 부인 역으로 붕괴된 다리에서 끝까지 방송을 하는 기자 역할로 활약했다. 이후 ‘씨, 베토벤’, ‘두근 두근 내 인생’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2월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재심’에서도 정우의 아내 역으로 출연을 한다.

짧은 분량이지만 김소진은 ‘더 킹’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꿔놓는다. 경상도 사투리를 능글맞게 하며 비리 검사들을 하나씩 압박한다. 조인성이 첫 만남부터 “저 미친 X”이라고 말하고, 정우성의 발조차 동동 구르게 한다. 한재림 감독부터 배우 정우성 등이 이런 그의 연기를 앞세워 칭찬을 하기도 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더 킹’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아마 김소진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일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반대로 올해 충무로가 얻은 수확 중 하나가 여배우 김소진의 등장이 아닐까 싶다. 남자 검사들이 판 쳤던 ‘더 킹’안에 안희연 검사가 하나의 희망을 보여줬듯이 남자 배우들의 시나리오만 가득했던 충무로에도 조그마한 변화가 있을 지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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