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이 만난 사람] 양해영 사무총장 “이대호 복귀·이승엽 은퇴…KBO리그 최고 흥행 카드”

입력 2017-02-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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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비단 KBO리그뿐만 아니라 한국야구의 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마야구가 잘돼야 프로야구도 의미가 있다”는 말은 양 총장의 야구사랑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양해영 KBO 사무총장

챔피언십, 아시아시리즈 대체성격의 대회
대표팀 전임감독제, 순차적 세대교체 효과
승부조작 대책? 선수들의 각성 가장 중요
몸값 거품 지적 있지만 인위적 제재는 안돼


지난해 여름, KBO리그는 일대 위기를 맞았다. NC 투수 이태양(24)이 승부조작 가담 혐의로 구속된 탓이다. 4년만에 재연된 파문은 거칠었다. 절기상 태양은 이글거렸고, 순위경쟁은 뜨거웠지만 KBO리그의 분위기는 살얼음이었다. 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KBO는 바짝 엎드렸다. 흥행이 걱정됐다. 시즌 농사를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에 깔렸다. 불안한 마음과 함께 조바심이 났다. 그런데 다행히 기우였다. 팬들은 승부조작이라는 큰 잘못을 질책했지만, 야구를 등지지는 않았다. 이게 한국프로야구를 지탱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사상 첫 800만 관중돌파는 그렇게 이뤄졌다. 올해 한국야구는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꿈꾼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3월31일 2017시즌의 막이 오른다. 올 시즌은 팬들이 즐길 흥밋거리가 많다.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한국야구 행정을 책임지는 KBO의 양해영(56) 사무총장을 만나 야구계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아시아시리즈 대신에 챔피언십 창설”

-한국과 일본, 대만이 참가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이 11월에 열리는데, 창설 배경은 어떻게 되나.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과 일본(NPB), 대만프로야구(CPBL) 우승팀이 맞붙는 아시아시리즈를 진행했는데, 흥행이 잘 안 됐다. 2015년 프리미어12가 신설되면서 일정상 개최하기 어려워졌다. 3개국 사무총장 회의를 가끔씩 진행하는데, 지난해 5월에 내가 아시아시리즈를 대체할만한 대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들 찬성하더라. 다만 그 대회를 A매치로 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3월에 WBC가 열리는데, 11월에도 A매치를 하게 되면 시즌이 너무 길어진다. 또 내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올림픽, 2021년 WBC까지 끊임없이 국제대회가 진행된다. 그래서 나이 제한을 두는 대회를 열어보자고 해서 다들 찬성했다.”


-연령 제한 국제대회는 어떤 의미가 있나.

“야구도 WBSC(국제야구소프트볼연맹)가 창설되면서 연령제한 대회를 열고 있다. 18세 이하, 23세 이하로 나눴다. 아시아챔피언십도 23세 또는 25세 이하로 결정해야 하는데, 25세 이하라면 일본이 너무 강해진다. 23세 이하는 대만의 프로팀이 4개팀에 불과해 선수구성이 안 된다. 그러다보니 24세로 제한했다. 와일드카드 3장을 추가한 것도 대만 사정 때문이다. 또 입단 3년차 이내의 선수는 나이 제한 없이 대표팀에 포함하자고 했다. KBO리그에도 해외무대에 진출 후 복귀하거나 대학 졸업 후 입단하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양해영 KBO 총장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WBC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비싼 몸값 선수 보호 위해 운동장 가장 신경 쓰여”

-WBC 대회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다.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KBO) 직원들이 거의 죽을 지경이다.(웃음) 국제대회는 규모가 크든 작든 국제대회다. 준비하기가 참 힘들다. 나름대로 전략팀을 구성했고, 파트를 나눠 일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도 모집해 투입해야 한다. WBC는 서울시와 공동 주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이미 WBC 조직위원회에서도 몇 차례 오가며 답사했다. 훈련장은 물론 숙식과 수송까지 전부 체크해야 한다. 할 일이 정말 많다.”


-KBO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아무래도 운동장이 가장 신경 쓰인다. 선수들의 몸값이 비싸다. 선수 보호 문제를 가장 신경 쓴다. 흙 상태나 각종 안전 관련 보고 등 여러 가지를 체크해야 한다. 그래서 전문 그라운드 키퍼가 직접 와서 정비하는 것이다. 선수단이 전세기로 이동하는 부분도 신경 써야 하는데, 수송과 관련해선 경찰과도 협의해야 한다. 우리 직원들이 파트별로 나눠서 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스폰서도 잡아야 한다. WBC조직위원회가 우리에게 로컬 스폰서를 잡을 권리를 준다.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기에 정말 열심히 해야 하고, 잘하려면 스폰서도 열심히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예상 성적은.

“성적은 우리의 예상과 항상 일치하지 않았다. 특히 WBC는 2006년 대회를 제외하면 항상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왜 세대교체를 안 하고, 노장 선수들이 많고, 한 팀에서만 많이 데려가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김인식 감독님은 이뤄낸 업적이 많은 분이다. 얼마나 부담이 크시겠나. 게다가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다. 우리가 열심히 도와드리는 수밖에 없다.”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KBO의 입장은.

“전임감독제와 세대교체, 두 가지를 놓고 생각해야 한다. 아시아챔피언십은 세대교체를 위해 제안한 측면도 있다. 이번 WBC가 끝나면 아시아챔피언십을 준비해야 한다. 그에 맞는 코칭스태프 구성이 필요하다. 선수단은 24세 이하로 구성될 테니 당연히 젊어질 것이고, 그들 중 2020도쿄올림픽까지 가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2020도쿄올림픽을 내다보고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임감독제에 대해선 여러 번 얘기했다. 축구의 경우 평가전, 각종 대회 예선전이 수두룩하니 전임 감독이 필요하다. 야구는 국제대회가 열리는 시기에 손발 맞추고 대회에 참가한다. 만약 전임감독제를 하게 되면,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대표팀 감독을 맡다가 KBO리그 구단 사령탑으로 갈 수도 있다. 대표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협의해야 할 사안도 많다. 어차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새로운 체제가 됐고, KBO가 협회를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 참에 대표팀에 대한 통합관리 마케팅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WBC대회의 성공여부가 KBO리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특히 그렇다. 프로야구가 급속도로 성장한 요인은 2008베이징올림픽과 2006, 2009년 WBC다. 팬들의 수준과 눈높이도 그만큼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이제 국제대회 성적으로 인해 KBO리그 흥행에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물론 국제대회 성적이 좋다면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겠지만, KBO리그는 각 구단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으니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 오히려 국제경기 몇 경기에 목을 매는 것이 더 후진적이지 않나 싶다. 7∼8개월 동안 치르는 장기레이스가 국제대회 성적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WBC과 관련된 재미난 뒷이야기가 있나.

“WBC를 처음 만들 때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KBO 3개국이 주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프로야구가 활성화된 3개 나라다. 실제로 이 3개국에만 배당금이 따로 나온다. 나중에 총 결산해서 이익금의 일부를 배당금으로 받는다. 그만큼 우리도 역할을 잘해야 한다. 그동안 경기장이 없다 보니 대회 개최를 못 했다. 그래서 이번에 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고, 그만큼 많이 준비했다. 이제는 우리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롯데 이대호-삼성 이승엽(오른쪽). 스포츠동아DB



● “복귀 이대호, 은퇴 이승엽 올 시즌 흥행 카드”

-지난해 승부조작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대책마련 등 올 시즌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

“KBO리그에 선수가 1000명은 된다. 혈기왕성한 선수들을 매일 쫓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교육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래도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해야 한다. 이번에 클린베이스볼센터를 별도 기구로 만들었다. 과거에는 그 업무를 운영팀이 겸직했는데, 각자 일을 하면서 하다 보니까 책임감을 갖고 하는 데 한계가 있더라. 그래서 아예 센터를 만들었다. 각종 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각 구단 담당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암행감찰관을 통한 관리, 점검도 유기적으로 해야 한다. 전직 검사와 경찰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도 있다. 각종 상벌업무와 심판의 공정성, 도핑관련 문제 등 신경 쓸 일이 많다.”

양 총장은 이 지점에서 (승부조작 등에 대해) 선수들 스스로가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선수들은 개인사업자다. 자기가 알아서 자기가 사업하는 사람들이니 스스로 잘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그런 의식이 부족하다. 사건이 터져도 구단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구조가 되면 힘들어진다”며 구단의 책임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각성해야한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 시즌 전망 또는 목표치는.

“800만 관중을 목표로 잡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우리는 시즌 초에 각 구단으로부터 목표 관중을 받는다. 이를 합산해 목표를 잡는데, 그 목표는 모든 팀이 성적이 좋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주는 것이다. 실제 목표의 120%라고 보면 된다. 올해는 850만 명 정도로 목표가 들어올 것으로 본다. 관건은 관중을 몰고 다니는 구단의 성적과 홈 승률 등이다. 팀간 격차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4∼6월까지 여러 팀이 붙어서 가야 한다. 처음부터 격차가 벌어지면 안 된다. 그래서 프로리그는 전력 평준화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보는 흥행카드는?

“FA 영입 구단의 성적과 새로운 사령탑이다. 이대호 선수의 복귀로 사직 노래방에 얼마나 손님이 들어올지도 궁금하다. 물론 성적도 뒷받침돼야 한다. 또 올 시즌을 끝으로 이승엽 선수가 은퇴한다고 하는데, 그것 또한 어느 정도의 관중몰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승엽의 마지막을 보려는 팬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프로야구는 흥행 면에서 독보적이다. 국내 타종목과 비교해 야구만의 강점은.

“리그의 수준이다. 일본야구가 우리보다 수준이 높지만, 다이내믹하고 활기 넘치는 건 오히려 한국야구다. 우리는 수준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치고받는 재미가 있다. 팬들의 응원문화도 굉장히 발달했고, 젊은 팬들도 야구장을 많이 찾는다. 또 모든 경기가 생중계된다는 것도 큰 요소다. 물론 야구에도 암흑기가 있었다. 고생 많이 했다. 미디어에서 엄청나게 기사를 써 준다.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 보니 성장하는 것이다.”


-FA의 몸값이 150억원까지 올랐다. 거품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시장이 돌아가는 것 아니겠나. 9∼10구단이 생기면서 자원이 부족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물론 일시적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제재하고 담합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9개 구단이 투자하지 않겠다고 해도 1개 구단이 투자한다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것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완하느냐가 우리의 역할이다. 여기에는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있다. 10개 구단의 생각이 각각 다르다. 합의점을 찾는 것은 정말 힘든 문제다.”


-FA 제도의 미흡한 점을 보완할 대책은.

“첫째는 등급제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샐러리캡, 사치세 등 다 넣을 수 있다. 하지만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없다면 시행해도 논란만 커진다. 실천 가능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등급제를 언급했는데, 그것도 구단마다 생각이 다르다. 이 등급을 구단별로 차등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우리의 문제는 기형적으로 계약금(사이닝보너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FA 총액이 계속 올라가는 것이다. 계약금의 상한선도 정해야 한다.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서히 보완해 나가야 한다. 서로 주고받으면서 논의하고 있는 문제다.”


-최근 KBO리그는 선수출신 단장이 대세다.

“트렌드가 된 것 같다. 야구인 단장 바람이 분다. 준비된 단장이 있을 수 있고, 부랴부랴 맡은 단장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선수 출신이다 보니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행정 전문 단장과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야구인 단장의 문화가 잘 만들어지면 좋다. 현장을 이해하는 사람이 단장을 맡는 것이 좋지 않겠나. 야구를 잘하기 위해선 야구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 구단 이기주의보다는 전체 야구판을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

양 총장은 프로야구 행정을 총괄하고 있지만 그의 시선은 아마야구도 외면하지 않는다. 인터뷰 내내 사각지대가 돼 버린 아마야마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언론의 관심도 촉구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양 총장은 “나는 KBO 사무차장, 관리팀장으로 일할 때도 아마야구 지원에 관심이 많았다. 아마야구가 잘돼야 프로야구가 있는 것이다”며 프로와 아마의 공존을 역설했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양해영 사무총장


▲생년월일=1961년 7월 2일

▲학력=신일고~성균관대

▲경력=KBO 입사(1988년 3월) KBOP 이사(2007년 1월) KBO 사무총장(2012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5기 시민사법위원회, 우정사업본부 우표발행심의위원회 위원

최현길 스포츠 2부 부장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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