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의 대반전, ‘左·左·左’가 시사하는 것

입력 2017-03-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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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대한민국 WBC 대표팀과 호주와의 평가전이 열렸다. 3회말 무사 1루에서 서건창이 1타점 2루타를 친 후 김평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고척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서건창의 대반전, ‘左·左·左’가 시사하는 것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주전 2루수는 서건창(28·넥센)으로 사실상 굳어졌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 작전수행 능력까지 겸비한 그를 사실상 대표팀의 2번타자 2루수로 낙점했다.

25~26일 열린 쿠바와 2차례 평가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친 탓에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28일 호주와 평가전에서 5타수 5안타 2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한국의 8-3 완승을 이끈 것은 물론이다. 4개의 안타보다 더 반가운 것은 타구의 질이었다. 특히 투구폼이 까다로운 상대 좌투수를 상대로 밀어친 2개의 안타가 시사하는 바는 대단히 컸다.

서건창의 KBO리그 통산(2012~2016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은 0.311(751타수204안타)로 오히려 언더투수를 상대했을 때보다(타율 0.284·225타수64안타) 높다. 단순히 이날 4안타 중 좌투수를 상대로 때려난 3안타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그러나 타구의 질과 방향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이날 서건창이 상대했던 2명의 좌투수(라이언 롤랜드스미스·존 케네디)는 디셉션(숨김동작)이 좋아 좌타자가 상대하기 다소 까다로운 유형이었다. 그런데 서건창은 이들의 공을 밀어쳐 좌익수 방면 안타를 만들어냈다. 빗맞은 안타가 아닌 정타였다. 서건창이 본 대회에서 어떤 유형의 투수를 상대해도 문제없다는 것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일반적으로 좌타자는 좌투수를 상대로 약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좌우놀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현대야구에서 조금씩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좌투수에 강한 좌타자, 언더투수에 강한 우타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외야수 나카무라 아키라(28)는 좌타자임에도 좌투수를 공략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히팅포인트를 뒤쪽에 두고 좌투수의 바깥쪽 변화구를 밀어쳐 안타를 생산하는 기술은 정상급이다. 장타가 필요할 때는 몸쪽 공을 잡아당겨 담장을 넘기기도 한다. 소프트뱅크 왕정치(오 사다하루) 회장이 “타격 장인”이라고 치켜세울 정도다. 정확한 타격을 자랑하는 좌타자라는 점이 서건창과 닮았다. 이날 서건창은 ‘타격 장인’급의 공격력을 선보인 셈이다. 호주대표팀 존 디블 감독은 인상깊었던 한국 타자 중 한 명으로 서건창을 꼽았고, 대표팀 김인식 감독도 “서건창이 결정적일 때 잘 쳐준 부분이 좋았다. 1번타자 이용규와 서건창은 괜찮은 콤비”라고 칭찬했다.

서건창은 호주전 직후 “오늘은 점점 환경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본 경기에서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 하루였다”며 “좌익수 방면으로 타구를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내 스타일상 히팅포인트를 뒤에서 앞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결대로 밀어치려고 노력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그렇게(밀어서) 치겠다고 경기 전부터 마음먹었다. 밀어친 타구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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