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스라엘 야구에서 배워야 할 정신

입력 2017-03-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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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이스라엘과 대만 경기가 열렸다. 이스라엘 프라이먼 9회초 2사 1,2루 좌월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동아 홈인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유대인은 탈무드의 민족이다. 유대인의 인생지침서로 계승된 탈무드는 극한의 실용성을 추구한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이스라엘대표팀은 협의의 국적 개념으로 따지면 ‘성골 이스라엘 국민’이 아니다. 그러나 광의의 의미로 이들도 유대인 선조의 피가 흐르는 ‘이스라엘 민족’이다. 유대인들이 작정하고(?) 야구 단판승부를 하면 어떻게 하는지 6일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단기전은 한국과 일본과 같은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가 능하다’는 무형의 자신감은 단 1경기 만에 뒤집혔다.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이스라엘과 대만 경기가 열렸다. 이스라엘 제리 웨인스타인 감독이 투수 교체를 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상식을 깨버린 파격의 엔트리 구성

뚜껑을 열기 전, 이스라엘은 최약체로 지목됐다. 객관적 전력으로 논하자면 이스라엘 스스로도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한국 땅을 밟았다. WBC 1라운드 통과를 위해 이들은 승리가 필요했다. 경기내용은 부차적인 얘기였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려면 나의 강점으로 적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엔트리 28인 중 투수만 16명을 뽑은 제리 웨인스타인 감독의 용인술은 유대인의 실리주의가 발현된 파격이다. WBC는 투구수 제한을 두는 대회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도 적재적소의 투수 끊어 쓰기의 성공에 있었다. 다만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선발투수와 마무리 오승환이라는 두 점을 연결할 불펜이 취약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16명의 물량공세로 타격감이 떨어진 한국타선을 압박했다. 실제 10회까지 투입한 투수는 6명으로 한국(8명)보다 적었지만 경기가 흘러갈수록 심리적 우위를 이스라엘이 점했다. 마운드의 두 축인 선발 제이슨 마르키와 마무리 조시 자이드는 3이닝을 책임졌다. 투구수 우려에 오승환을 1.1이닝 만에 내린 한국보다 더 과감했다. 한국전을 저실점 경기로 세팅한 의도가 적중했다.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이스라엘과 대만 경기가 열렸다. 이스라엘이 15-7 승리를 거둔 후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이스라엘 돌풍 어디까지 갈까?

6일 한국전은 4시간12분이 걸렸다. 반나절쯤 지나 7일 낮 12시 대만전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치지 않았다. 체력이 충전된 대만을 간단히 15-7로 이겼다. 이번에는 난타전으로 이겼다. 이스라엘은 9일 네덜란드와 1라운드 최종전을 갖는다. 한국전에서 마르키가 45구, 자이드가 49구를 던졌기에 네덜란드전에 모두 등판할 수 있다. 결과를 떠나서 이스라엘의 치밀함이 읽힌다. WBC를 주관하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이스라엘의 한국전 승리를 ‘드라마틱한 이변’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변은 요행이 아니라 계산이었기에 더 무섭다. 유대인들에게는 ‘반성하는 자가 서 있는 땅은 위대한 랍비가 서 있는 땅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몸에 배어 있다. 약소민족 유대인이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결일 것이다. 한국야구는 이스라엘전 패배를 통해 무엇을 반성했을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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