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뮤지스땅스에서 열린 ‘최배호 & 에코브릿지와 함께 하는 음악감상회’에서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서울 마포구 아현교차로에서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쪽으로 향하는 마포대로에 독립음악인들의 ‘지하본부’가 있다. 기존 지하보도를 리모델링한 뮤지스땅스. ‘뮤직’(music)과 ‘레지스땅스’(resistance)를 합쳐 부르듯,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가자는 뜻이다. 이를 이끄는 ‘대장’, 가수 최백호(67)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는 그는 최근 이를 기념하는 새 앨범을 내놓았다. 11일부터는 콘서트로 팬들을 만난다. 깊이 깔리는 듯 치받쳐 올랐다 다시 잔잔히 스며드는 고유의 탁성으로 최백호는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뮤지스땅스의 공간이 참 좋아 보인다. 원로가수와 인디음악인을 돕는 한국음악발전소 소장도 맡고 있다.
“뮤지스땅스는 한국음악발전소와 문화체육관광부, 서울 마포구가 함께 만들었다. 한국음악발전소가 운영하는데 이제 2년이 지났다. 힘들다. 안 하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코가 꿰어 세 번 거절하다 맡았다. 예산이 자꾸 줄어들어 걱정이다.”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최근 새 앨범을 내놨다. 몇 번째인가.
“한 20장 가까이 되지 않나. 이번 앨범엔 싱어송라이터 에코브릿지가 만든 5곡 정도를 담았다. 물론 내가 만든 노래도 6곡 된다. 아이유, 박주현, 에코브릿지 등 젊은 후배들과 협업해왔다. 그 가운데 스웨덴세탁소도 있다. 독특하고 재능 있는 친구들이다. 더 알려지면 좋겠는데.”
-11일과 12일 공연에 젊은 관객은 얼마나 되나.
“지금까지 불러왔던 걸 다른 편곡으로, 젊은 사람들 시각으로 들려줄 생각이다. 젊은 관객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내 음악이 다가가는 것도 같기는 하지만. 어디 영업점엘 가면 아르바이트생들이 알아보기도 한다. 하하! 부산에서도 유명하다며.”
-고향인 부산 기장에 이름을 내건 거리가 생긴다던데.
“노래비를 세우겠다고 하더라. 내가 다닌 초등학교 앞으로 분위기 좋은 길에 냇가와 다리가 있다. 늘 그 건너에서 어머니가 날 마중하곤 하셨다. 거기에 멋지게 어머니상 하나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사였던 어머니를 스물에 여의었다. 혹시 인생과 음악에 어머니의 흔적이라도.
“크다. 삶 자체에 영향을 주셨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도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머니는 늘 내 곁에 계신다. 집에도 부모님 사진을 모셔놓고 있다. 항상 대화를 하는 느낌이다. ‘아이고 어쩌지?’가 아니라 ‘이거 어떻게 해야 하죠?’ 뭐 그런…. 그럼 어머니는 ‘걱정하지 마라’ 하시는 것 같고. 막 흔들릴 상황에서도 날 바로잡을 수 있다. 아버지는 신화적인 존재, 어마어마하게 큰 존재로 남아 계신다.”(그의 아버지는 독립운동가 출신 최원봉 2대 국회의원이다)
-다른 가수들이 온통 사랑을 노래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던 것 같다.
“사랑에 관한 노래도 많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하하! 사실 내가 잔정이 없다. 실연을 당해도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 그래서 실연에 관한 노래가 없다.”
-연애 많이 하지 않았나.
“많이 했지. 하하!. 여자친구도 많았다.”
-‘실연의 아픔이 달콤하다’고 말한 것도 그런 탓일까.
“하하하! 사랑과 이별 때문에 좌절하고 생활이 흐트러지고 그런 게 없다. 각을 세우며 살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마음 속 깊이 들이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상처를 덜 받는다. 벽을 딱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릴 때 전학을 많이 다녀서 그런가? 팬클럽도 없다. 일부러 막지는 않지만 그런 건 좀 싫다.”
-혹시…, 인터뷰도 힘든가.
“인터뷰야 대화니까. 하지만 정을 들이는 건 아니지 않나. 하하! 어떤 면에서는 내 자신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나 관계를 약간 객관적으로 보려는 성향도 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본능적으로 그리 태어난 것 같다. 그래서 독하다는 얘기도 듣고. 냉정한 면도 있다. 아니다 싶으면 딱 돌아선다. 미래 두고 매달리고 이런 거 전혀 없다.”
-지금도 그런가.
“지금은 모르지. 연애를 안 하니까. 하하! 가수 생활하면서도 젊어서는 무엇에도 미련을 갖지 않았다. 상을 받고, 히트하고, 이런 거에 매달려야 하지 않나? 그러면서 자존심 상하는 일도 겪고. 하지만 난 지금도 친한 방송 PD가 별로 없다. 지금 라디오팀 외에는 정말 친한 PD가 거의 없다.”
-외로울 수도 있지 않나.
“난 혼자 있는 게 좋다. 와이프도 그걸 잘 안다.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니까’ 이해한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