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 인터뷰③] 최백호 “낭만?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흥분”

입력 2017-03-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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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뮤지스땅스에서 열린 ‘최배호 & 에코브릿지와 함께 하는 음악감상회’에서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서울 마포구 아현교차로에서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쪽으로 향하는 마포대로에 독립음악인들의 ‘지하본부’가 있다. 기존 지하보도를 리모델링한 뮤지스땅스. ‘뮤직’(music)과 ‘레지스땅스’(resistance)를 합쳐 부르듯,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가자는 뜻이다. 이를 이끄는 ‘대장’, 가수 최백호(67)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는 그는 최근 이를 기념하는 새 앨범을 내놓았다. 11일부터는 콘서트로 팬들을 만난다. 깊이 깔리는 듯 치받쳐 올랐다 다시 잔잔히 스며드는 고유의 탁성으로 최백호는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탁성이 강해지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난 그게 좋다. 에코브릿지에게 이번 앨범을 맡기면서 내 목소리 중 최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컨디션이 아주 좋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있다. 왜 난 박효신이나 김범수처럼 안될까.”

-그들도 그렇지 않을까.

“아…! 그들 진짜 잘 한다. 난 기초가 없어서 테크닉이 떨어진다. 안 되는 면이 있다 그 친구들처럼 안 된다. 가성을 왔다갔다 한다든지, 옥타브를 넘나든다든지. 이번에도 어려운 노래가 있더라. 내가 잘 부를 수 있는 노래 외에는 못 한다. 안 되는 건 정말 안 된다.”

-지금 나이에 낭만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나간 것들, 추억, 그런 걸 회상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엔 달라졌다.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다. 좀 더 좋은 노래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노래도 좀 깊이 있게 부를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마흔살만 되었어도 여행을 많이 갔을 것 같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고 노래하는데 일하지 말고 놀라는 게 아니라 즐기라는 거다. 그걸 뒤늦게 깨달았다.”

-데뷔 50주년 때는 뭘 할 건가.

“앨범을 내겠지. 하하! 그때까지 하고 싶다. 한 후배가 ‘40년 했으면 쉬어야지. 고생했는데 이제 좀 쉬라’고 하더라.”

-뭐가 가장 고생스러웠나

“음악하고 노래 만들고 하는 건 즐겁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가 문제다. 그걸 알리고 하는 건 너무 힘든데, 그런 걸 잘 못한다. 매니저도 없었다.”

-‘낭만에 대하여’ 이후 헛헛함 혹은 쓸쓸함은 없나.

“전혀 없다. 오히려 내 인생의 황금기다. 늙어가는 회한? 정말 없다. 70대에는 어떤 일이 있을까 기대된다.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아직 많다. 하고 싶은, 다양한 시도와 장르들 말이다.”

“궂은 비”는 내리지 않았다. 유난히 맑은 햇살이 오히려 찰랑대는 듯 오후의 나른함마저 따뜻했던 날, 그를 만났다. 일상의 여전히 희미한 헛헛함 탓이었을까, “늙어가는 회한”을 즐기자는 마음이었을까. 노래 ‘낭만에 대하여’가 자꾸, 오래도록 귀를 간질였다. 그리고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다시 못올 것에 대하여”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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