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②] 진구 “‘올인’ 때 반짝 인기…한때 대중 미워하기도”

입력 2017-04-06 18: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내가 핫하다고? ‘태후’ 가고 다시 식었다. 핫한 거 끝났지 뭐~”

배우 진구는 아무렇지 않게 ‘셀프 디스’를 늘어놓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한쪽 입꼬리가 먼저 올라가는 능청스러운 미소가 이번에 개봉한 주연 영화 ‘원라인’ 속 장과장을 연상케 했다. ‘작업 대출’계의 전설적인 베테랑 장과장은 늘 신사적이고 위트가 넘친다. 깊은 내공으로 순식간에 상대의 속을 꿰뚫어 보는 인물. 진구가 딱 그랬다. 마치 진구가 장과장이고 장과장이 진구인 것 같았다. 이보다 딱 들어맞는 캐스팅이 또 있을까.


<인터뷰①에서 계속>


Q. ‘원라인’ 촬영 중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방송됐다. 현장에서도 인기를 체감했나.

A. ‘태양의 후예’로 받은 사랑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원라인’ 초반부를 촬영하고 후반부를 찍기 전에 ‘태양의 후예’ 해외 활동과 많은 행사, 각종 광고를 소화했다. 후반부에 ‘원라인’ 현장에 돌아왔더니 스태프들이 종이와 펜을 들고 쭈뼛쭈뼛 오더라. 두달 전에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던 양반들이(웃음). 그 순간을 맘껏 즐겼다. 내 복이지 않나.


Q. ‘태양의 후예’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A. 팬들이 더 많아졌다.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달라진 게 없다. 신나고 행복하지만 최대한 들뜨지 않으려고 진정시키고 있다. 깜빡 하면 날아가겠더라. 약에 취한 사람처럼 나를 놓칠 것 같았다. 그러면 연기도 잘 안 될 것 같고.


Q. 누구나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A. 잘 되고 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선배들 통해서 많이 들었다. ‘그 사람들처럼만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도 했다. 데뷔 드라마 ‘올인’ 때도 잠깐 반짝이었지만 크게 주목받았다. 광고도 많이 찍었다. 그런데 ‘올인’ 인기가 보름 밖에 안 가더라. 확 식어버렸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내 뜻과 무관하게 나를 뜨겁게 올렸다가 땅바닥에 처박은 것은 대중이지 않나. 그들을 미워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인기가 사라지든 유지되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거품이 완전히 빠지진 않은 것 같다. 행복하다. 즐기고 있다.



Q. 힘들 때나 매너리즘에 빠질 때는 어떻게 극복했나.

A. 다행히 매너리즘은 없었다. 매일 다른 일을 하고 다양한 작품을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질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인기로 인한 매너리즘에 빠질 수는 있겠지만 달관하면서 살았기 때문에(웃음).

혹여나 방심하거나 자만할 때는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들이 많다. 아내를 포함해 친구들과 배우 후배들까지 30명 정도 된다. 그들에게 술을 사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울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가족과 친구와 후배들은 내 보물이고 연기의 자양분이다. ‘태양의 후예’ 알파팀 부대원들도 힘들게 연기하는 동생들이다. 참 소중하다.


Q. 후배들에게 참 애틋한 것 같다.

A. 내가 그랬으니까. 후배들은 형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고 같이 만나고 싶지만 다들 겁이 나서 감히 그러지 못한다. ‘올인’에서 주인공의 아역으로 데뷔했지만 나도 조단역으로 특별출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선배들 중에 누구도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 한 명도. ‘내가 선배가 되면 내가 필요로 했던 것을 채워주는 선배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선배가 됐다. 돈도 잘 버는 선배. 후배들에게 술 백번 사줘도 안 아깝다.


Q. 아이들도 수호천사의 한 몫을 하고 있나.

A. 물론 아이들도 내 수호천사다. 결혼한 후 내 스스로 더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안정적이다. ‘행복하다’는 말을 하루에 한 번 이상 육성으로 한다. 삶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 정말 행복하다.


Q. 그만큼 부양해야할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크지 않을까.

A. 없진 않다. 연기와 직업에 대한 책임감이 확실히 든다. 예전에는 돈을 많이 주든 적게 주든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했다. 돈보다는 사람을 따라 갔다. 이제는 돈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Q. 돈이란 무엇일까. ‘원라인’이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A. 있으면 좋은 것. 아,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NEW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