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꽃보다 남자’의 합창 장면. 원작만화와 드라마 속 F4를 눈앞에서 즐기는 재미가 있다. 캐릭터 보는 맛이 뛰어난 작품이다.사진제공 ㅣ 킹앤아이컴퍼니
성민·이창섭 등 심상치 않은 캐스팅
부담 없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작품
뮤지컬 ‘꽃보다 남자’. 가끔은 ‘꽃을 든 남자’와 헷갈리기도 하지만, 본 적은 없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구준표, 금잔디가 나오는 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만작품이 원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봤다. 미안하지만 일본의 작가 가미오 요코의 순정만화가 원작이다. 1992년부터 2003년까지 소녀만화잡지 마가렛에 연재됐고, 누적 발행부수가 6000만부가 넘는다. 우리나라 온 국민이 한 권씩 소장해도 1000만부가 남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일본에서 지난해 ‘꽃보다 남자’를 뮤지컬로 만들었고, 곧바로 우리나라로 건너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성민(슈퍼주니어), 이창섭(BTOB), 켄(VIXX), 제이민, 이민영(미쓰에이 민) 등 인기 아이돌 가수들을 대거 무대에 세워 화제를 낳았다.
만화를 덥석 들어다 영상에 박은 것이 드라마였다면, 무대 위에 고대로 모사해 놓은 것은 뮤지컬이다. F4는 남자 관객이 봐도 마음이 울렁일 정도로 멋졌고, 캐릭터들의 사랑과 우정은 설득력이 강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작품에 ‘완성도 높은’, ‘예술성이 뛰어난’, ‘대중의 숨을 멎게 만들 만큼 감동적인’이란 수사는 선뜻 붙이기 어렵다. 만나기에 부담이 없고, 두 시간 내내 떠들고 웃으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동창 같은 작품이다. 골치 아픈 정치, 주식, 연봉, 노후 얘기 같은 건 저만치 밀쳐버리고 시시콜콜한 연애, 여행, 학창시절, 드라마, 웹툰, 스포츠신문 얘기나 하자는 거다. 그런 눈으로 보면 한결 여유롭게 이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극이 끝날 때 즈음이면 어지간히 우둔한 당신도 눈치를 채게 될지 모른다. 이 작품은 연애, 여행, 학창시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코 ‘시시콜콜’하지는 않다는 것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