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남과 여①] 솔 충만 12트랙, 부담없는 록 음악

입력 2017-04-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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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4인조 밴드 혁오가 정규 1집 ‘23’을 통해 찬란하게 흘러가는 방황의 시간을 노래했다. 사진제공|두루두루amc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4인조 밴드 혁오가 정규 1집 ‘23’을 통해 찬란하게 흘러가는 방황의 시간을 노래했다. 사진제공|두루두루amc

블랙과 화이트,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남(男)과 여(女), 혹은 여와 남. ‘개취’(개인취향)일 뿐인 각기 시선에 성적(젠더·gender) 기준과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전혀 없다. 생물학적으로 다른 존재들일지언정,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의 취향대로다. 두 남녀기자가 매주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적어도 눈치 보는, ‘빨아주기’식 기사는 없다.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담당기자들이 ‘갈 데까지 가보자’고 작심했다. 가장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시선을 유지하자며.

사진제공|두루두루a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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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밴드 혁오 첫 정규앨범 ‘23’

감성적인 멜로디와 벅찬 사운드의 ‘톰보이’, 흥겨운 리듬의 ‘가죽자켓’ 두 곡을 타이틀곡으로 앞세웠다. 흥겨운 로큰롤의 ‘버닝 유스’를 시작으로 ‘도쿄 인’ ‘2002월드컵’ ‘지저스 리브드 인 어 모텔 룸’ ‘완리’ ‘다이 얼론’ ‘지정석’ ‘사이먼’ ‘폴’ ‘서프 보이’까지 모두 12곡이 담겨 있다. 모든 곡을 혁오의 프론트맨 오혁이 작사·작곡했고, 혁오가 함께 편곡했다.



● 히트다 히트

밴드 혁오의 오혁은 나얼을 연상시킨다. 솔(soul) 충만한 음색이 닮았고, 노래를 압도하는 가창력도 그렇다. 나얼이 기교가 뛰어나다면, 오혁은 조금 담백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R&B 보컬리스트로 여겨지는 오혁은 록밴드의 프런트맨이다. 록 사운드 위에 솔 창법이 흐르는 독특한 음악처럼, ‘남들이 하지 않는 음악’으로, 인디밴드도 메이저밴드도 아닌 제3의 지점에서 ‘핫 루키’로 인정받고 있다. 전작 ‘휘잉휘잉’이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삽입곡 ‘소녀’로 음원차트 1위를 경험해봤음에도, 이번 ‘23’에서 흥행 공식을 따르기보다, 자기만의 방식을 보여줬다는 점이 돋보인다. ‘23’의 12트랙은 49분 16초 동안 지루함 없이 흘러간다. 트랙마다 다른 분위기가 있고, 곡마다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중간 중간 영어와 중국어로 채운 노래도 눈길을 끈다.

멤버들은 스물다섯살의 신세대이지만 ‘23’의 모든 트랙을 듣고 있으면 사운드나, 악기 편성, 구성 등에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록의 유산을 잘 담아냈다는 인상을 받는다.

라디오헤드, 레드핫칠리페퍼스, 콜드플레이, 펀(fun.) 등 해외 록밴드의 향취가 나는 것도 반갑다. 불안한 청춘을 노래한 타이틀곡 ‘톰보이’에는 라디오헤드가 ‘크립’에서 보여준 정서가 있고, ‘톰보이’와 ‘완리’의 포효하는 듯한 후렴구는 콜드플레이 공연의 ‘떼창’ 장면을 연상시킨다. 광활한 몽골의 초원을 달리는 수백 마리의 말떼를 담은 ‘완리’ 뮤직비디오, 할리우드 청춘영화를 연상케 하는 ‘가죽자켓’ 뮤직비디오도 혁오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오리엔탈리즘이 트렌드가 되는 서구권에서 충분히 조명 받을 작품이다.

록 음악 시장이 서구권에서도 위축돼가고 있지만, 혁오는 호소력 강한 솔 창법으로 록을 부담 없이 듣게 한다. 간혹 들리는 거친 사운드도 절대 거북하지 않다. 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충분히 호감을 느낄 만한 음반이다.


■ 평점아이콘, 이렇게 갑니다


● 히트다 히트
말이 필요할까요. 눈과 귀가 즐겁습니다.


● 알쏭달쏭
지금은 모르겠어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건 아니야
시간과 돈이 아까울 수 있습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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