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혁오. 사진제공|두루두루amc
■ 남성밴드 혁오 첫 정규앨범 ‘23’
감성적인 멜로디와 벅찬 사운드의 ‘톰보이’, 흥겨운 리듬의 ‘가죽자켓’ 두 곡을 타이틀곡으로 앞세웠다. 흥겨운 로큰롤의 ‘버닝 유스’를 시작으로 ‘도쿄 인’ ‘2002월드컵’ ‘지저스 리브드 인 어 모텔 룸’ ‘완리’ ‘다이 얼론’ ‘지정석’ ‘사이먼’ ‘폴’ ‘서프 보이’까지 모두 12곡이 담겨 있다. 모든 곡을 혁오의 프론트맨 오혁이 작사·작곡했고, 혁오가 함께 편곡했다.
● 히트다 히트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유명한 책 제목처럼, 청춘은 아픔을 먹고 자란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때’로 기억되는 청춘의 시절에, 봄날처럼 가장 싱그러운 그 시기에, 오혁(25)도 그리 불안하고 아팠나보다.
앨범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묵묵히 듣고 있자면 한없이 신났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한없이 우울해진다. 청춘의 불안한 감성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하지만 그 여운이 싫지만은 않다.
괴기하면서도 편안하고, 쓸쓸하면서도 정감 있는 오혁의 목소리는 어떤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청춘과 닮았다. 그래서 더 끌린다.
데뷔 2년 만에 첫 번째 정규앨범을 내놓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서게 된 부담이 어깨를 누른 듯하지만, “작정하고 만들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꽤나 잘 만들었다.
그 자신감은 두 곡의 타이틀곡을 내세운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불타버린 청춘의 허망함”을 담은 ‘버닝 유스’, 슬럼프에 빠진 감정을 경쾌한 리듬으로 노래한 ‘도쿄 인’ 등 단 한 곡도 플레이리스트에서 버릴 게 없다. 곡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충격적”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았던 ‘지저스 리브드 인 어 모텔 룸’은 영어로 불러서가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해 이국적이면서 역동적인 느낌을 안겨줬다. 어린 시절 중국에서 살았던 경험을 살려 중국어로 쓴 ‘완리(万里)’는 기타 연주로 중국 특유의 분위기를 살렸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음악에 취할 것만 같다.
“곡을 쓸 때 무드와 어울릴 것 같은 언어로 가사를 썼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충분히 해외까지 겨냥한 음악이다. 가사, 멜로디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벽했던 이번 앨범은 그가 바란대로 국내외 팬들이 “오래 들을 수 있는 곡들”로 꽉 채웠다.
■ 평점아이콘, 이렇게 갑니다
● 히트다 히트
말이 필요할까요. 눈과 귀가 즐겁습니다.
● 알쏭달쏭
지금은 모르겠어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건 아니야
시간과 돈이 아까울 수 있습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