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김영기 총재. 사진제공|KBL
연임 의사 없던 김 총재, KBL 설득에 선회
KBL은 다음달 2일 총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승제)이 7차전까지 갈 경우 다음달 4일인데, 그 사이 구단주들이 참석하는 총회 개최 방침을 세웠다. 6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영기(81) 총재의 연임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챔프전을 마친 뒤 총회를 열어도 늦지 않다. 그럼에도 KBL이 총회 개최를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총재는 연임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KBL 창립 당시 큰 역할을 했던 김 총재가 남자프로농구의 인기 회복을 기치로 KBL 수장을 맡은 지도 3년이 지났다. 주관방송사 선정을 통한 안정적인 중계방송 확보, 단신 외국인선수 영입을 통한 화려한 농구 실현 등 몇몇 성과가 있었지만 흥행 측면에선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경기 수준의 향상과 심판부 개혁에서 아직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욱이 KBL 일부 집행부의 일방통행도 자주 도마에 올랐다. 이로 인해 KBL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지닌 농구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연임 가능성에 대한 루머가 나돌더니, 24일 KBL 이사회에서 김 총재의 재추대가 논의됐다. 이사회가 재추대 카드를 꺼낸 이유는 크게 2가지다. 4월말까지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현실이 첫 번째다. KBL 총재직을 원하는 새 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또 하나 이유는 대통령선거 전에 새 총재를 선임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대선 후 총재를 선임하면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결국 몇몇 이사들이 재추대를 주장했고, 마땅한 대안이 없어 반대 목소리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KBL 정관에는 총회를 통해 총재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 ‘재적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한다’, ‘총재 선출은 임기 만료 1개월 전까지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 밖에 추대 형식으로 할지, 후보등록을 받아 표결로 결정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없다. 결국 이사회가 김 총재의 연임을 추진해도 걸림돌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스스로 연임 의사가 없음을 밝혔던 김 총재를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연임시키는 것이 옳은지에 의문이 남는다. 대행체제로 유지하다가 적임자가 나오면 총회를 소집해 새 총재를 선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사회가 차기 총재 선임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24일 재추대 카드를 꺼내자, ‘연임을 위한 모종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김 총재가 연임한다고 해도 이런 의혹 때문에 낯 뜨거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제대로 새 총재를 선임하는 방안을 찾는 편이 김 총재가 그나마 쌓은 업적을 훼손하지 않는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