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프라임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짬뽕’ 오픈 리허설에서 배우 김원해가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매년 ‘짬뽕’ 무대에 오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김과장’, ‘힘쎈여자 도봉순’ 등 바쁜 스케줄 가운데서도 ‘짬뽕’ 연습에 임했고 무대에 올랐다. 그에겐 일종의 연례행사와 다름없는 공연이다.
“2007년부터 11년째 매년 5월이면 ‘짬뽕’ 무대에 오릅니다. 제가 여러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했지만 대한민국 근대사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KBS 뉴스를 봤는데 그게 5·18 민주항쟁이었어요. 나이가 어려 무엇인지 몰라 어머니께 여쭤보니 ‘지금 광주에 무장공비가 침투해서 우리나라 군인들이 소탕하러 갔다’고 하셨어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대학생이 돼서야 알았어요.”
김원해가 출연하는 ‘짬뽕’은 바로 그 시절, 광주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이다. 알뜰살뜰 모아둔 돈으로 ‘춘래원’이라는 중국집 가게를 차려 부푼 꿈을 안고 있는 사장 ‘작로’(김원해 분)와 그의 식구들이 시대의 희생자가 되고 시대의 아픔이 되는 인물로 무대에 오른다. 김원해는 “당시 정부에 환멸과 분노를 느꼈다”라며 “또 “청소년 시절에 잘못된 교육으로 생겼던 제 오해를 풀고 이에 대한 반성으로 매년 ‘짬뽕’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짬뽕’을 11년간 이끌어온 윤정환 연출도 남다른 소감이 있다. 2002년 5월, 매년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5·18 민주항쟁 대신 ‘2002 월드컵’이 장식을 했었다고. 그는 “나 역시 ‘2002 월드컵’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한 선배가 5·18 민주항쟁을 언급했었다. 그런데 그 선배가 5·18 민주항쟁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고 나는 ‘코미디’라고 답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답을 들은 선배가 그럼 코미디로 한 번 써보라고 해서 지금 ‘짬뽕’을 쓰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5·18 민주항쟁 등 민족의 아픔을 가진 이 시기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짝 한 번만 공연하는 게 싫었다. 배우들 덕분에 계속해서 이 공연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현대사를 그려나가며 이 나라의 현실을 말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원해는 ‘짬뽕’의 연출인 윤정환 연출에게 다음에는 ‘세월호’에 관한 글을 써 무대에 올리자고도 제안했다고. 김원해는 “윤정환 연출이 곧 태백산에 들어가 글을 쓸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심금을 울리는 연기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원해의 이 같은 행보는 눈 여겨 볼 만하다. 대중 연기자로 한 발자국 다가선 그는 상업 작품이 아닌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무대로 돌아왔다. 그것도 단순한 ‘의리’가 아닌 ‘시대 정신’을 갖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슬픔 등 감정을 전달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이 나라의 민족의 역사를 잊지 않고 전하려는 김원해는 진짜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진정한 이 시대의 ‘딴따라’임을 증명했다.
한편, 연극 ‘짬뽕’은 5월 11일부터 7월 2일까지 신도림 프라임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극단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