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엄마 마음이 이럴까…가슴 졸이는 스윙코치들

입력 2017-05-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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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과 함께 투어 현장을 누비는 스윙코치들은 늘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본다. 4월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에서 데뷔 8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제자 김지현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안성현 스윙코치. 사진제공 | KLPGA

투어 현장서 제자들 우승 기원 한마음

“이번에는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

14일 경기도 용인 수원골프장에서 펼쳐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노리는 김지영(20)을 바라보던 김순희(50·전 국가대표 코치) 용인대 교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제자의 우승을 기원하며 1번홀로 향했다. 김지영은 국가대표 시절 김순희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다.

스윙코치들의 마음은 선수들과 다르지 않다. 몸은 코스 밖에 있지만, 마음은 코스 안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처럼 가슴을 졸인다. “우리도 같은 마음이다. 버디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보기를 하면 기운이 빠진다. 아마 부모님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많은 코치들이 투어 현장에 나와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본다. 연습라운드부터 공식경기가 끝날 때까지 선수들의 곁을 지킨다. 해야 할 일도 많다. 기술적 부분과 경기 전략은 물론이고, 때로는 제자들의 고민까지 상담해주고 해결해줘야 한다. 그래서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스윙코치들의 눈빛에는 기대감과 간절함이 가득하다. 제자가 좋은 경기를 하면 흐뭇한 표정이 절로 나온다. 반대로 연습 때의 좋은 모습을 경기장에서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할 때의 속상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지현(26), 조윤지(26), 박결(21) 등을 지도하고 있는 안성현(36) 스윙코치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스윙은 물론 경기를 풀어가는 전략까지 꼼꼼하게 봐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 늘 조마조마하다”고 애환을 털어놓았다.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당연히 우승 순간이다. 특히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했던 선수가 긴 무명의 터널을 빠져나올 때면 희열을 느낀다. 안 코치도 얼마 전 큰 보람을 느꼈다. 5년 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김지현이 데뷔 8년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땀과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봤다. 안 코치는 “그렇게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했던 선수가 우승하면 더 없이 큰 보람을 느낀다. 아마 다른 코치들도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시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선수에게 집중된다. 그러나 그 뒤에는 함께 땀을 흘리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한 또 다른 주인공이 숨어있다. 단지 그들은 앞으로 나서지 않을 뿐이다. 이경훈(47) 스윙코치는 올해 제자들이 잇달아 우승 소식을 전해와 마음이 가볍다. 루키 박민지(19)는 KLPGA 투어 데뷔 2경기 만에 우승했고, 김하늘(29)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했고, 김세영(24)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시즌 첫 승을 이뤘다. 그러나 이 코치는 “내가 한 일은 없다. 모두 선수들이 잘한 덕분이다”며 제자들의 노력을 더 높게 평가했다.

오늘도 모든 프로골퍼들은 우승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쏟아낸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는 늘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뛰는 스윙코치들이 있다.

용인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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