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정종철·임혁필, ‘개콘’ 1000회 함께 할 수 있을까

입력 2017-05-17 17:1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개그맨 정종철로 시작해 임혁필이 불을 지피고 유재석이 난감해진 일명 KBS2 ‘개그콘서트’ 900회 논란이 ‘개그콘서트’ 측의 사과를 마지막으로 일단락됐다.

시작은 정종철이었다. 정종철은 옥동자, 마빡이 캐릭터를 만들어낸 ‘개그콘서트’ 흥행의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선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에 정종철은 지난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개그콘서트’ 900회를 축하하지만, 난 900회 맞이 인터뷰 제안 한 번 안 들어왔다. 나름 내겐 친정 같고, 고향 같은 프로그램인데 난 900회인지도 몰랐다. 많이 아쉽고 서글픈 생각이 든다”며 “아는 동생이 ‘레전드 19중 8개가 형 코너라고 자랑스럽다’며 ‘형은 900회 왜 안 나왔어?’라고 묻는데 할 말이 없다. ‘개그콘서트’는 제작진이 만드는 것은 맞지만, 제작진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900회까지 전통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밤낮 아이디어를 짜며 노력했던 개그맨들과 한없는 박수와 웃음을 주셨던 시청자들이 계셨었다는 걸 잊지 말아주셨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종철은 “‘개그콘서트’의 추억이 된 선배님들과 나를 포함한 후배들은 ‘개그콘서트’를 떠나고 싶어 떠난 게 아니란 거 말씀드리고 싶다. 개그맨들도 연예인이며 ‘개그콘서트’를 만들어 가는 기둥이란 거 말씀드린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제작진, 맥을 한참 잘못 짚는다. 900회라며 ‘개그콘서트’와 관계없는 핫한 연예인들 불러다 잔치하고 그들에게 감사할 게 아니다. 지금까지 버티고 열심히 아이디어 짜고 시청자들에게 웃음 드리려는 후배개그맨들에게 감사하시기 바란다.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들이 왜 ‘웃찾사’를 가고 ‘코미디 빅리그’를 가는지 깊게 생각하길 바란다. ‘개그콘서트’를 지키는 개그맨들은 티슈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종철의 지적은 개그맨 선배로서,‘개그콘서트’ 흥망성쇠를 함께 한 일원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동료 개그맨 임혁필이었다. 임혁필은 정종철 글에 ‘유재석’을 언급하는 댓글을 달았고 ‘개그콘서트’ 논란은 하극상 논란으로 변질됐다. 임혁필이 “동자야(종철아) 이런 게 하루 이틀이냐. ‘개그콘서트’와 아무 상관 없는 유재석만 나오고”라고 적은 것이다.

임혁필에 따르면 평소 유재석과 반말을 하는 ‘선배친구’다. 하지만 유재석이 임혁필보다 선배인 사실이 화근이었다.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공적 공간인 SNS에 게재된 글이라는 점 역시 문제의 원인이었다. 임혁필의 댓글은 ‘개그콘서트’ 900회를 축하하고 개그맨들을 응원하기 위해 특별 출연한 유재석의 진심, 정종철의 소신있는 발언을 왜곡시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묵묵부답하던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갈등 발생 3일만인 오늘(17일) 입장을 내놨다. 1000회, 화합의 장이 될 것임을 약속했다.

제작진은 “‘개그콘서트’의 900회 방송에 함께하지 못한 개그맨 분들의 아쉬움을 우리 제작진도 잘 새겨듣고 내부적으로도 다시 900회 기획에 대해서 점검해 봤다”며 “사실 이번 900회는 현재 어려운 코미디계를 이끌어가는 후배 개그맨들과 그들에게 힘을 주고자 하는 선배 개그맨들의 콜라보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3주 연속으로 기획되어 각 회마다 2명의 호스트 개그맨들과 소수의 선배 개그맨들이 후배들의 코너와 선배들의 코너를 함께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개그콘서트’을 통해 배출된 많은 개그맨 분들을 모두 초대하지 못했던 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구성상의 문제를 거론했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은 “‘개그콘서트’ 1000회에서는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하겠다. 지난 19년 동안 일요일 밤을 ‘개그콘서트’과 함께 해주셨던 모든 개그맨가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한다”고 전했다.

잡음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개그콘서트’ 제작진과 프로그램에 초대받지 못한 이들의 감정 골은 이미 깊어졌고 그 과정을 시청자가 지켜 봤다. 개그프로그램과 개그맨들끼리 갈등을 일으켜놓고는 사과를 반복하는 행동부터가 민망하게 느껴진다. 논란을 스스로 만드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 '난리'를 겪고도 정종철과 임혁필은 1000회를 함께 할 수 있을까. 개그맨과 제작진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그림이다. 900회를 기점으로 부활을 다짐한 '개그콘서트'가 1000회를 진짜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