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테인먼트 기획자’ 신영철 전 SK 사장의 통찰

입력 2017-05-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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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테인먼트 10주년을 맞아 그 ‘기획자’인 SK 와이번스 신영철 전 사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신 전 사장은 KBO리그의 가치를 팬 지향으로 돌리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콜럼버스의 달걀’은 결국 직관, 통찰의 영역이다. SK가 2007시즌부터 론칭한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은 결국 ‘팬 서비스의 확장’이다. 승패에 함몰되지 않는 야구와 야구장에서 행복을 주겠다는 스포테인먼트는 여러 마케팅 전술을 포괄하는 네이밍으로써 기능한다. 그래서 SK의 스포테인먼트를 비판하는 시선은 “결국 다른 구단들도 하는 것들이다. 새삼스럽지 않은데 SK가 새롭게 보이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일견 타당한 이 지적은 역설적으로 스포테인먼트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바로 그 새삼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포장 능력’이 스포테인먼트의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프로스포츠는 일정 부분 SK 신영철 전 사장에게 빚을 지고 있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프로야구 관람 트렌드와 야구장 환경에 대한 높은 기준은 2007년 SK로부터 비롯됐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신 전 사장 이후 SK는 스포테인먼트의 컨셉을 계속 바꿔가며 계승하고 있다. 그리고 2017시즌, SK는 스포테인먼트 출범 10주년을 맞아 힐만 감독 체제에서 영속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목도하는 신 전 사장의 소회는 남다를 듯하다.

SK 와이번스 신영철 전 사장. 스포츠동아DB



● “후임자, 후배들에게 고마운 마음뿐”

신 전 사장의 현재 직함은 국제자선단체 ‘월드투게더’의 이사다. 월급 받는 자리가 아닌 베푸는 보직이다. 자리가 사람을 바꾸는지 전투적으로 살았던 SK 시절에 비해 인상은 푸근해졌다. 30일 만난 신 사장은 “친구들 만나면 후원하라고 기부약정 서류 내밀고, 이따금 광화문 사무실에 나가서 직원들 밥 사주는 것이 일”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그래도 SK야구는 챙겨보는데 “예년과 달리 올 시즌은 화낼 일이 별로 없다”고 웃었다.

야구단 수장으로서 재임기간 8년, 신 전 사장이 SK에 줬던 손길은 지금까지도 이 팀의 근본이자 뼈대다. 비주류구단 SK의 홈 필드에 관중이 차기 시작했고, 야구장은 혁신을 거듭했다. 선수 육성의 토대도 이때가 출발점이었다. 신 전 사장은 “‘이대론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시작했는데 리더가 제시한 모호한 이상을 실무직원들이 구체화시켜준 덕분이다. 지금까지 그 정신이 연속성을 잃지 않아 고맙다”고 말했다. 특히 신 전 사장은 자신의 후임인 임원일 전 사장에 대한 미안함을 빠뜨리지 않았다. “나의 후임자로 와서 (누군가는 해야 했지만) 잘 드러나지 않을 일(소프트웨어적 서비스)만 하다가 떠났다.” 당시에 직원들을 몰아붙인 것이 지금와선 미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때 신 전 사장이 뿌린 ‘씨앗’들은 지금 SK 프런트의 중핵이 되어있다. 결국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인재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스포테인먼트의 미래를 위한 당부

신 전 사장은 퇴임 후,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1~2차례 찾았다. 남몰래 강화도 2군 연습장도 들여다봤다. 지금 프런트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말을 삼갔지만 단 하나의 당부는 “지자체와의 협력의 끈을 놓지 말라”였다. 지자체의 이해와 공생 없는 야구단 마케팅은 공허한 소리다. 또 지자체의 협조가 있다면, 팬 베이스의 확장은 아주 유리해진다.

신 전 사장은 “현실적으로 한국 풍토에서 마케팅을 통한 자립이 쉽진 않다고 본다. 선수몸값에 대한 고민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시대가 흘러 SK 야구와 마케팅에 세련됨이 강화되었어도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야구단은 어떤 목적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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