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유망주투수 보호, 투구수 제한만 능사 아니다

입력 2017-05-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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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DB

“정말 좋은 투수 자원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시원시원한 투구에 눈이 즐거워집니다.”

NC 김경문 감독은 요즘 고교야구를 자주 본다. 올해 유난히 특급 유망주 투수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 아마추어 야구를 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 외에도 다른 프로 감독들과 코치들, 스카우트들도 아마추어 야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벌써부터 신인드래프트에서 누구를 고를지 행복한 고민과 치열한 눈치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안우진(휘문고)과 곽빈(배명고) 등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무장한 투수들도 대거 나타났고, 2년 연속 황금사자기고교대회 MVP를 차지한 양창섭(덕수고)과 김영준(선린인터넷고)은 시속 140㎞ 후반대의 빠른 공과 프로에 입단해도 즉시전력이 될 만큼 빼어난 변화구와 경기운영능력을 자랑한다. 김민(유신고), 이승헌(마산용마고) 최민준(경남고) 등 지방에서도 역대급 투수 풍년을 이루고 있다. 포수와 야수들도 예년에 비해 좋은 자원들이 많다.

이들은 한국야구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차지할 때 야구를 시작한 세대로, 향후 한국야구의 황금기를 이끌어나갈 동량으로 평가된다. 고교 저학년과 중학야구 선수들 중에서도 좋은 재목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우수한 자원들을 보면서 즐거워해야 마땅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보니 내딛는 발쪽에 마운드가 움푹움푹 패여 있었다. 발로 마운드 고르기 바쁘더라. 투구를 하다 발목이 돌아가지나 않을지 걱정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LG 양상문 감독 역시 비슷한 얘기를 했다. 양 감독은 “마운드 쪽 흙이 많이 패여 있으면 투수의 발목도 걱정되지만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져 자칫 어깨나 다른 부위에 잘못된 하중이 전달돼 또 다른 부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목동구장은 지난해까지는 프로구단인 넥센 히어로즈가 사용했지만, 넥센이 고척스카이돔으로 이전하면서 이제는 아마추어 전용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서 관리를 하면서 정비를 하지만 아무래도 프로구단이 사용할 때만큼 관리가 제대로 되지는 않고 있다. 더군다나 하루 최대 4경기를 소화하다보니 한계와 어려움이 있다. 그나마 아마추어 전용구장 중 가장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는 목동구장이 이런 실정인데, 지방의 열악한 구장은 말할 것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 고교 감독은 “마운드도 마운드지만 1루, 2루, 3루 등 베이스 주변 흙도 정비와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목동구장도 인조잔디와 맞닿는 부분의 내야 흙이 이미 주저앉아 있다. 불규칙 바운드도 많고 야수가 수비를 하다 다칠 위험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응용 회장을 선임하며 새롭게 출발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내년부터 강력한 투구수 제한 정책을 통해 유망주 투수들의 혹사를 막고 부상방지를 도모하려 한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투구수 제한만이 능사는 아니다. 유망주 보호와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이에 앞서 마운드와 그라운드부터 제대로 정비하고 관리하는 것이 선행돼야할 것 같다.

프로구단 한 관계자는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예산이 부족하면 KBO와 프로 구단에서 지원해 프로가 사용하는 메이저리그 수준의 흙과 마운드, 그라운드 상태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면서 “아마추어 선수는 프로의 미래 자산이다. 특히 모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유망주 투수들이 마운드 사정 때문에 다치거나 수술을 해야한다면 한국야구 전체의 큰 손실 아니겠는가. 10개 구단 전체가 나서면 큰 비용도 아닐 것이다. 비용이라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보면 되지 않겠나”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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