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강경선 “또 쎈 언니 역할, 난 하고 싶은게 많은데…”

입력 2017-06-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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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 언니가 돌아왔다.” 무대 천장을 뚫는 강렬한 목소리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관객을 휘어잡는 배우 김경선.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에서도 성공한 30대 편집장 캐서린 역을 맡아 강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사진제공 | 모먼트메이커

■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 배우 김경선

다음날 이혼 앞둔 잘나가는 편집장 캐서린 역할
연이은 무대에 앨범까지…“결혼은 언제 하려나”

투모로우 모닝(Tomorrow Morning). 내일 아침이다.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은 내일 아침을 기다리는 두 커플의 이야기다. 한 커플은 결혼을 하루 앞두고 있고, 다른 한 커플은 이혼을 앞두고 있다. 두 커플은 결혼과 이혼이라는 대극점에 놓여 있지만, 투모로우 모닝이 되면 아침 햇살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싱글은 커플이 되고, 커플은 다시 싱글이 될 것이다.

“또 쎈 언니역할이에요.” 김경선이 차가운 음료에 꽂은 빨대를 ‘호르륵’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김경선은 ‘한 성격’하는 캐릭터를 많이 맡아왔다. “항상 그런 게 들어온다”며 입을 삐죽였다. 뮤지컬 ‘시카고’의 마마 모튼 탓이 크다. 여자 교도소의 왕언니 역할로 김경선의 마마 연기를 본 해외 스태프들은 “오, 마이 갓”을 외치기에 바빴다. 김경선은 시카고가 공연된 전 세계를 통틀어 최연소 마마란 기록도 갖고 있다. 2009년 제15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김경선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긴 뮤지컬 ‘자나돈트’의 로버타도 만만치 않은 개성을 지닌 배역이었다.

김경선이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에서 맡은 배역은 잘 나가는 30대 편집장 캐서린이다. 한때는 패기 넘치는 남자였지만 지금은 성공한 아내에 대해 열등의식에 젖어 있는, 설상가상 바람까지 피다 걸린 남편 잭과 이혼전야를 보내는 여자다.

○라면 끓여 바치고, 얼음 깨 설거지하며 연기를 배우다

김경선은 학창시절부터 ‘배우 삘’이 충만한 부산소녀였다. 노래는 어려서부터 잘했다. 중학교까지는 합창반을 했는데, 여고에 입학해 보니 합창반이 없고 대신 생뚱맞은 연극반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는 세상이 있을 줄이야. “그 시절에는 선생님이 여학생들도 막 때리셨죠.” 수업시간에 교과서 밑에 연극대본을 깔고 보다 걸려 맞기도 했다. 연기 입시학원비가 없어 무작정 청소년극단을 찾아가 연기를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한 달에 전기세 5000원을 내는 조건으로 연기를 배웠다. 김경선은 “선생님 라면 끓여 드리고, 얼음 깨서 설거지 하던 시절이었다”며 웃었다.

그런데 막상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하니 부산 상남자인 아버지가 완강하게 반대했다. 김경선은 아빠를 설득하기 위해 밥그릇 뚜껑을 닫았다. 사흘을 굶어 아버지 고집을 꺾었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혼자 서울로 올라가는 것은 절대불가. 이렇게 해서 김경선은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에 진학을 하게 되는데, 이후 웃지 못 할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IMF를 맞아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게 되면서 가족이 모두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된 것이었다. 부산에 혼자 남겨지게 된 딸을 보며 아버지가 말했다. “미안하다. 네 자취방은 아빠 친구 집 근처에 잡아 놨으니 걱정 말아라.” 아빠가 잡아 놨다는 자취방은 학교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었다. 김경선은 “연습하다 밤에 버스 끊기면 택시비만 만원이 나왔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서울로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가요제를 두 군데 나가 1·2등을 하고 상금 800만원을 마련해 생활비로 썼다. 김경선은 ‘맘마미아’ 최종심사까지 갔다가 떨어졌지만 이내 ‘지하철1호선’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2004년의 일이다.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은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새 골드미스 대열에 합류한 김경선은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어릴 때는 결혼이 하고 싶었고, 20대 중반이 지나면서는 회의적이었다. 세상엔 결혼 말고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보였으니까. 하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생각이 또 돌아섰다. 서로 기대며 살아간다는 것. 결혼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최근 ‘이별, 색’이라는 제목의 첫 싱글을 내며 가수 겸업에 나선 김경선은 두 번째 싱글을 준비 중이다. ‘투모로우 모닝’ 이후에는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에서 다시 한 번 메기 존슨 역을 맡는다. 올해 계획과 예정이 다이어리에 빼곡하다. 그렇다면 결혼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김경선이 잔에 담긴 음료의 마지막 한 모금을 ‘호르륵’했다. 아직 그의 세상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보였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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